이시바, 보수파 반대 속 전후 80년 메시지 발표…"역사인식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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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 전후 80년을 맞아 개인 명의로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전후 80년 소감'에서 "전후 50년, 60년, 70년 총리 담화를 바탕으로 역사 인식은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반성과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길 것을 다짐했지만, 기존 담화에서 언급된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반복해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한 이번 메시지에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언급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기자 질의응답에서 "반성이나 사죄 등 기존 담화의 기분을 계승한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집권 자민당 내 보수파는 2015년 아베 전 총리의 담화로 역사 문제에 대한 결론을 냈다며 추가 담화나 메시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이시바 총리를 압박해 왔다. 특히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는 지난달 25일 "전후 70년 담화는 실로 미래 지향적이고 최고였다"며 "그 이상의 메시지는 필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메시지에서 이시바 총리는 당시 일본 정부가 전쟁을 막지 못한 이유를 일본제국 헌법, 정부, 의회, 미디어, 정보 수집·분석 등 5가지 주제로 나누어 분석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전쟁 전 헌법상 정치와 군사를 적절히 통합하는 체제가 없었고, 정치 지도자가 군을 통제하는 '문민통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대세에 따라가지 않는 정치가의 긍지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보다 감정적 판단이 중시돼 나라가 나아갈 길을 잘못 선택하는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총리들은 전후 50년인 1995년부터 10년 단위로 패전일인 8월 15일 전후 담화를 발표해왔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전후 50년 담화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전후 60년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전후 70년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해 왔다"며 사죄를 '과거형'으로 표현하고 후대에 사죄 숙명을 지우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메시지는 각의를 거친 기존 담화와 달리 총리 개인의 입장을 담았으며, A4 용지 7장, 6000자 분량으로 작성됐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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