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자신의 체포를 막기 위해 "총을 사용하면 되지 않으냐"는 취지로 한 발언을 들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의 심리로 10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차 체포 집행이 저지된 이후 "이광우 전 경호처 경호본부장이 '공포탄을 쏴서 겁을 줘야 한다'며 38권총을 구해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맞다. 이 전 본부장의 단독 요청이라기보다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도 같이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또 김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공포탄을 쏘면 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 같다고도 증언했다. 김 전 본부장은 앞서 지난 2월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에서 만난 박종준 전 처장이 "대통령께 건의해 수사기관에 출석하게 하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대통령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으냐'고 했다"고 전했다고 증언했다.
내란 특검팀이 "영장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포탄을 쏘라는 거냐"고 묻자 "정확히 말하진 못하겠는데, 공포탄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증거 인멸을 위해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내역 삭제를 지시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2024년 12월 6일 박 전 경호처장의 비서관이 '처장님이 비화폰 지급 내역, 통화 기록 지우라고 한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시냐고 물었고, 박 전 처장이 '어떻게 알았냐'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본부장은 "내가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박 전 처장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기록 삭제) 시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라고 판단해 삭제하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사용자 단말기에 대해 서버 관리자가 원격으로 자료를 삭제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안다. 그리고 계엄 이후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는 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일 외 증거조사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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