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산업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항공정보포털'의 운영기관이 허위 보고를 한 사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뒤늦게 알려졌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는 허위 보고서를 제출받고도 9개월여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운영 부실이 이어지면서 항공정보포털에는 주요 통계가 누락되거나 첨부파일이 깨지는 등 문제가 방치돼 항공업계 불편이 잇따랐다.
12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한국항공협회는 지난해 1월 시작한 '항공정보포털 시스템 운영 위탁사업'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과업 수행을 완료했다"는 허위 보고서를 그해 12월 국토부에 제출했다. 실제 사업이 끝난 시점은 3개월 뒤인 지난 3월이었다. 이 사업은 전자정부 정책에 따라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로 이전하는 것으로 기간은 1년, 비용은 총 6억9000만원으로 계획됐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부는 지난 9개월간 허위 보고에 속았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은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총체적 부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혈세가 투입된 사업에 대한 최소한의 점검 의무를 저버린 명백한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한국항공협회는 사업 지연을 일으킨 위탁업체를 2025~2027년 3년간의 항공정보포털 시스템 유지보수 계약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셀프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협회는 해당 업체와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 "미완료 과업을 유지보수 중 무상 지원하기로 협의했다"며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가 신규 업체보다 (유지보수) 과업 수행에 효율성이 높다"고 답했다.
항공정보포털은 정부 정책보고서와 학계 연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제출자료 등 국가 항공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핵심 인프라다. 항공운송과 항공산업을 비롯한 각종 통계부터 항공 관련 법령, 주요 항공뉴스, 항공업계 일자리 정보까지 제공한다. 지난 5년간(2020~2024년) 연평균 340만회의 접속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과업 지연과 사업 부실이 이어지면서 항공정보포털 곳곳에서 오류가 빈발했다. 주요 자료인 항공여객OD(기·종착지) 조사 보고서가 일부 누락돼 있고 '유가·환율' 통계에서는 환율을 제공하지 않았다. 주요 항공 뉴스의 링크 오류로 웹사이트가 열리지 않거나 '많이 본 뉴스'로 2008년 기사를 표출해 혼란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협회는 "오는 12월까지 보수를 완료하겠다"고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신규 노선 취항지처럼 영업상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시장 규모나 타사 현황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하는데 지난해부터 항공정보포털에 틀린 정보가 올라올 때가 종종 있었다"며 "항공사 기종 변경이 포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노선별 공급석이나 탑승률 같은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한국항공협회의 조직적 허위 보고와 셀프 면죄부 의혹이 짙은 유지보수 계약의 적절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감독기관인 국토부와 운영기관인 한국항공협회의 시스템 관리 전반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요구해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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