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가격이 45년만에 최고가인 온스당 50달러선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계속 상승해 온 금 가격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의 수요 중 일부가 은으로 이동하면서 급등세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은이 태양광패널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미래기술에 필수적인 금속으로 손꼽히면서 안전자산 매력 뿐만 아니라 실용성 매력도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국제 은 가격은 지난 8일(현지시간) 1980년 1월 이후 45년만에 처음으로 장중 50달러선을 넘어섰다. 8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은 가격은 장중 한때 1온스당 50.224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타나면서 48.99달러에 장을 마쳤다. 연초 29.90달러 대비 64%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은 가격은 올들어 8월까지 30달러선에 머물렀다가 지난달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과 인플레이션 문제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도 셧다운(임시업무정지) 되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치 속에 미 정부의 임시예산안이 이달 1일 의회에서 부결되자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됐다. 이에따라 국제 금 가격이 지난 7일 사상최고치인 온스당 4000달러선을 넘어섰고, 또다른 안전자산인 은도 가격이 함께 급등했다.
귀금속 투자 전문기관인 실버인스티튜트의 마이클 디리엔조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이나 은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투자수요가 쏠리고 있다"며 "최근 은 가격은 천천히 상승하고 있다가 금이 역사적 고점을 뛰어넘자 함께 급등세로 전환했다. 앞으로 금 가격을 따라 상승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전자산으로의 가치와 함께 은이 최근 태양광패널이나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첨단기술 산업에 많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산업 수요가 커진 것도 향후 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은은 열 전도율과 빛 반사율이 뛰어나 태양광패널과 스마트폰, 반도체 생산 등 각종 산업현장에서 주요 금속으로 활용되고 있다. 광물시장 컨설팅기업인 메탈스포커스의 필립 뉴먼 이사는 "은은 단순 투자자산일 뿐만 아니라 태양광패널, 풍력터빈, AI 데이터센터 건설의 핵심소재"라며 "은의 수요는 대부분 가치 저장수단인 금과 달리 80% 이상이 산업 수요고, 앞으로 일부 공급부족도 예상되고 있어 은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도 산업용 은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렉 시어러 JP모건 금속연구책임자는 "전세계 태양광산업을 이끄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대비해 태양광 패널의 필수재인 은을 올해 들어 많이 사재기한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