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출 모델 '뷰익 엔비스타'를 국내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대로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미국에 의존하는 국내 생산 물량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미 인기 차종을 내수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10일 한국GM 노조 등에 따르면 이 회사 노사는 4분기 내 미래발전위원회를 열어 엔비스타의 국내 출시 여부를 논의한다. 쿠페형 SUV인 엔비스타는 2023년 4월 북미 시장에 출시한 이후 올 1분기까지 누적 8만여대가 팔리며 뷰익 브랜드를 부활시킨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 가격은 약 2만4000달러(한화 3400만원대)로 가성비가 뛰어나 SUV 선호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도 잘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노조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한국GM이 뷰익 모델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건 극심한 수출 의존도를 낮춰 생산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GM은 올 1~8월 총 30만2746대를 생산했는데, 이 가운데 29만2116대를 수출했다. 수출 비중이 96%를 웃도는데 대부분 미국으로 팔린다. 같은 기간 내수에서는 1만304대가 팔렸다. 이 기간 국내 전체 판매대수(91만1826대)의 1.1%에 그쳤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미국이 수입차에 부과하는 25% 관세로 인한 타격은 상당하다. 제너럴모터스(GM)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손실이 11억달러(약 1조534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이 중 절반인 5억5000만달러(약 7600억원)가 한국GM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관세 부담으로 인해 사측이 유휴 자산 매각 계획을 밝히며 한때 '철수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매각 대상에 직영 서비스센터가 포함되면서 내수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노사가 구조조정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합의, 일단 철수설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다만 장기적으로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18년 GM이 한국 사업장 철수를 검토하자 한국GM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에 8100억원의 경영정상화 자금을 지원, GM은 2028년까지 공장 운영 등을 담은 약정을 한 바 있다. 이에 2028년 이후 한국 사업 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는데 수출 모델을 내수로 돌려 판매량을 회복하는 것은 노사 모두 윈윈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수출 물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본사와 협의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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