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천재들의 미래를 바꿀 SK하이닉스 성과급

하이닉스 1인 평균 1억 성과급 지급의 의미
중국 공산당 최고위 간부 절반 이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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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천재 소리를 듣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 본 천재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그 친구는 전교 1등을 도맡아 했다. 모교는 서울 변두리에 있었지만 당시 해마다 30명을 서울대에 보내는 나름 명문고였다. 1~2학년 때는 그 친구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고3이 되고 나서야 그 친구가 그냥 공부를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대한민국 모든 고3이 매달 보는 전국 모의고사에서 그 친구는 한, 두 번 빼고 계속 전국 수석을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한 해 100만명이 태어나고 80만명 정도가 대학입시를 봤다. '공부의 신'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 친구는 이과, 난 문과였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한동안 밤에 공부하기 전에 같이 저녁을 먹는 모임에서 얼굴을 본 정도다. 나중에 만난 천재들은 어디 한 구석이 이상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유머 감각도 있고 심지어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갖춘 특이한 천재였다. 조직에 들어가 충돌 없이 자기 능력 이상을 할 가능성을 갖춘 천재는 드물다.

하지만 대학입시가 끝나고 그 친구가 시험을 망쳤다며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대학 입학시험을 보던 해 정부는 이른바 선지원 후시험 제도를 도입했다. 전과 달리 미리 지원한 대학에 가서 시험을 쳐야 했다. 당일 교통대란이 났다. 다들 귀한 자식들을 시험장까지 차로 모시다가 사달이 났다. 상당히 많은 학생이 제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하지 못해 피눈물을 흘렸다. 그 친구도 그중 하나였다. 1교시에 1시간이나 늦었다. 당연히 그 친구가 입시에 떨어져 재수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그것도 전국 수석과 거의 차이 안 나는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그때 그가 의대에 지원했다는 것은 알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당시 전국 수석은 주로 물리학과, 전자공학과, 법학과, 경제학과 등으로 갔다. 실제로 그해 전국 수석도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나중에 그 친구가 피부과 의원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동창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 혹은 세상을 바꿀 기술을 만든 사람이 나온다면 그 친구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생각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천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10만명을 먹여 살릴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 바로 그 친구였다.


하지만 이제 그 친구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안다. 요즘 전국 수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전공이 의학이다. 아예 최상위권 학생들은 거의 다 의대에 간다. 또 피부과는 의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은 돈이다. 돈을 많이 버는 대표적 직업이 의사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올해 기준 산술적으로 1인당 1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평균 나이가 27~28세 정도인 이 회사 신입사원의 기본연봉은 6000만원 수준. 이제 성과급을 포함하면 대체로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고 봐야 한다. 비슷한 나이 의사보다 많다. 신입사원보다 2~3살 어린 인턴 연봉이 6900만원 정도다. 하이닉스 신입사원과 나이가 2~3살 많은 전공의(레지던트)는 7300만원, 전문의 자격이 있어야 연봉이 1억원이 넘어간다. 이미 하이닉스 직원들은 의사보다 더 많이 돈을 벌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년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올해 회사 실적이 작년보다 더 좋다.


이대로라면 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첨단산업은 인재가 미래다. 엔지니어들에게 하이닉스 이상의 대우를 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원래 통 큰 성과급의 원조는 삼성전자다. 예를 들어 2017년 당시 권오현 부회장은 특별 성과급 147억원을 받았다. 그해 연봉이 243억원이 넘었다. 김기남 전 회장은 2023년 퇴직금 130억원을 포함해 총 172억원을 받았다. 문제는 일반직원의 경우 성과급이 연봉의 50%를 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삼성전자는 사장단뿐 아니라 일반직원 성과급 상한선도 없앨 가능성이 크다. 돈을 벌려면 이공계를 나와야 하는 시대가 온다.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이공계 중심국가다. 일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칭화대 화공과 출신이다. 나아가 공산당 수뇌부 75명 가운데 절반이 이공계다. 사회지도층을 목표로 한다면 법대나 경제학과가 아니라 이공계로 가야 한다고 숫자로 말한다. 기업들도 이공계 인재확보를 위해 눈에 핏발을 세웠다. 화웨이는 2019년 S급 신입사원에게 4억원 연봉을 주는 '천재소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 샤오미는 2021년 최우수 엔지니어 122명에게 1인당 38억원, 모두 4600억원어치 주식을 줬다. 그 아래로 등급 3904명에게는 1인당 평균 7000만원어치 주식을 지급했다. 지금 한국 천재들은 의대로 중국 천재들은 이공계로 간다. 하이닉스의 이익 10% 성과급 지급이란 결단이 대한민국 천재들을 미래를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백강녕 IT스페셜리스트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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