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들러리 묶어놓고 강제 스킨십…"저게 무슨 전통이냐" 中서 논란

성추행 수준의 장난 영상 확산
"전통 명분 아래 폭력" 비판 고조

중국에서 결혼식 들러리 여성들을 오토바이에 묶은 채 낯선 남성과 강제로 입 맞추게 하는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훈나오'라 불리는 결혼식 전통 풍습의 일환으로 알려졌지만, 도를 넘은 폭력적 장면에 비판이 거세다.


중국의 신랑 신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으로 본문과 무관. AFP통신 발행 사진 캡처

중국의 신랑 신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으로 본문과 무관. AFP통신 발행 사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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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 서북부 산시성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한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영상에는 남성 여러 명이 들러리 여성 두 명을 전기 오토바이에 테이프로 결박한 뒤, 이들의 머리를 붙잡고 다른 남성들과 강제로 입을 맞추게 하는 모습이 담겼다.

여성들은 공포에 질린 듯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했지만, 주변에서는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일부는 여성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머리를 붙잡기도 했다. 영상을 촬영한 이는 "이 상황이 몇 분간 지속됐으며 여성들에게 키스한 남성들은 신랑 측 들러리로 보이지만, 들러리 여성들과는 모르는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명백한 성추행" "장난이 아니라 범죄" "역겹다" 등 분노를 쏟아냈다.


악귀 쫓는다던 전통…성적·폭력적 행위로 변질
중국에서 결혼식 들러리들을 오토바이에 묶고 낯선 남성과 강제로 키스시키는 충격적인 영상이 확산하면서 도를 넘은 결혼 악습(훈나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우인

중국에서 결혼식 들러리들을 오토바이에 묶고 낯선 남성과 강제로 키스시키는 충격적인 영상이 확산하면서 도를 넘은 결혼 악습(훈나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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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나오'라고 불리는 중국의 결혼식 문화는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시골 지역의 전통 풍습이다. 시끄러운 소리와 웃음이 악귀를 쫓아내고 신랑 신부의 긴장을 풀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러한 장난을 잘 견디는 것이 훌륭한 남편임을 증명한다는 속설도 있다.


과거에는 가벼운 방식으로 진행돼 결혼식에 즐거움을 더하고 하객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점차 성 착취적인 행위로 변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도가 넘은 훈나오 사례는 중국 전역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산시성에서 신부가 여러 남성에 의해 전화 기둥에 묶였지만, 아무도 돕지 않아 신부가 몸부림치며 풀려나려 했던 사건이 있었다.

지방정부, 훈나오 금지 조치 나서

중국 일부 지방정부는 훈나오를 '저속한 결혼식 풍습'으로 규정하고 제재에 나섰다. 산둥성 쩌우핑시는 2021년 공문을 통해 "신랑·신부나 들러리를 괴롭히는 모든 행위를 금지한다"며, 위반 시 공안당국이 형사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쩌우핑시는 "결혼식의 본질은 사랑과 축복이어야 하며 불쾌감과 수치를 주는 행위는 사회적 해악"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 보이콧을 촉구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부분의 중국 누리꾼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결혼식을 재미있게 한다는 명분 아래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다"며 "훈나오 금지는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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