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추석 연휴 기간 '중추절'이라는 말을 두고 누리꾼 사이서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3일 서울의 한 구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내건 명절 인사 현수막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유하면서다. 구의원이 올린 현수막에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중추절 보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를 놓고 한 누리꾼은 "추석이라는 표현을 안 쓰고 중추절? 여기가 중국인가요?"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현수막을 내건 구의원을 향해 "중추절? 언제 우리가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했나요? 중국에 우리나라 많은 부분이 먹힌 듯"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게시물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했고, 많은 누리꾼이 해당 현수막과 현수막을 내건 구의원을 향해 친중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일부 누리꾼은 중추절이란 단어는 추석의 다른 명칭일 뿐 친중과는 관련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다만 최근 들어 잘 쓰지 않는 명칭을 대중적인 추석이나 한가위 대신 쓴 것이 오해를 부를 만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울러 일부 누리꾼은 과거에 사용했다고 해도 최근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중추절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해당 구의원의 지역에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에 분명히 의도적으로 중추절이란 말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중추(中秋)는 가을 석 달 중에 중간 달(음력 8월)을 의미하며 명절을 뜻하는 '절'(節)이 붙어 우리나라 4대 명절의 하나인 한가위(추석)를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가위가 '크다'는 의미의 '한'과 '가운데' 또는 추석의 유래인 '가배'에서 유래한 '가위'가 결합한 순우리말이라면 중추절은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계절적 의미를 강조한 한자어다. 이에 친중 의혹을 반박하는 이들은 이번 논란이 문해력 부족에서 비롯한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나아가 오히려 중추절을 중화권 용어로만 규정짓는 것이 우리의 고유 명절인 추석의 또 다른 명칭을 중국만의 것으로 넘겨주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중추절은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한자 문화권인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도 쓰는 단어다.
이 가운데, 한국의 추석은 중국의 중추절과 날짜는 같지만, 역사적 기원과 문화적 의미가 전혀 다르다. 두 명절 모두 음력 8월 15일 보름달을 기념하지만, 제례 방식과 명절 음식, 문화적 풍습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한국의 추석은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고유한 명절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제3대 유리이사금 시절 '가배'라는 명절로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 시대부터 제사와 성묘가 이어졌고, 조선 시대에는 설·단오와 함께 3대 명절로 자리 잡았다. 반면 중국의 중추절은 달맞이 풍습 중심의 명절로 조상 제사나 성묘 풍습은 문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중국의 중추절은 1966년 문화대혁명 이후 명절 개념이 사실상 단절됐다가 2008년에야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월병을 먹는 날 정도로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한국의 추석은 시대를 거치며 제사와 성묘, 송편 등 독자적 명절 문화로 발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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