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3세 경영 체제 안착과 함께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의 '정도(正道) 경영' 철학을 계승해 미래 50년을 향한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2022년 12월 취임한 최윤범 회장은 고(故) 최기호 공동창업자의 손자이자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창립 50년을 이끈 '도전과 변화'의 경영 정신을 이어받아 그룹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회장은 부친의 "현장에 답이 있다"는 철학을 실천하며 온산제련소, 호주 SMC, 페루 광산 등 10여 년간 현장을 거쳤다. 2019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도 직접 현장을 챙기며 기술 중심, 안전 중심의 경영체제를 강화했다. 그는 "매일 조금씩 발전하면 큰 개혁이 필요 없다"는 부친의 신념처럼, 단기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중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3대 신사업)'를 미래 성장축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탈(脫)중국 전략광물 허브'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및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1천400억 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는 하이니켈 전구체·동박 양산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원료를 단일 공정에서 처리할 수 있는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오는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자원순환 부문에서는 미국 MDSi, 이그니오홀딩스, 캐터맨 등을 인수하며 글로벌 리사이클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 제련사업 역시 순항 중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7조6천582억 원, 영업이익 5천3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9%, 16.9% 증가한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사태는 주요 경영 변수로 꼽힌다. 그런데도 최 회장은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중장기 성장 비전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1일 창립 51주년 기념사에서도 "지난 11개월의 태풍을 견뎌내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며 "파도는 계속 치겠지만 서로를 나침반 삼아 단결한다면 고려아연은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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