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법당국이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Siri)'가 사용자 동의 없이 음성 데이터를 수집·분석했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7일 연합뉴스는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를 인용, 프랑스 검찰이 인권단체 '인권연맹(La Ligue des droits de l'Homme)'의 고발을 접수한 뒤 경찰 사이버범죄수사국(OCLCTIC)에 사건을 배당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애플이 시리 이용자의 음성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활용했는지, 그리고 이같은 행위가 사전 동의 없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애플은 시리 품질 향상을 위해 일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옵트인(Opt-in)'을 선택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연맹은 "애플이 사용자 동의 없이 시리 대화를 녹음·수집·분석했다"며 프랑스 당국에 공식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애플 협력업체에서 근무했던 아일랜드 출신 전 직원 토마 르 보니엑의 내부 제보를 근거로 제시했다. 르 보니엑은 과거 "애플이 사적 대화나 민감한 내용을 포함한 사용자 음성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애플은 의혹을 부인하며 "시리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은 2019년과 2025년에 두 차례 강화됐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사가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 여부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는 디지털세 부과, 반독점 조사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강경한 규제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기준이 가장 엄격한 국가 중 하나"라며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 절차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애플은 올해 1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용자가 시리 개선 프로그램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대화 음성은 저장되지 않으며, 녹음 데이터는 품질 향상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시리를 통해 개인정보를 몰래 모았다며 제기된 미국 내 집단 소송에서 애플이 소비자들에게 9500만달러(약 1337억원)를 지급하는 합의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애플은 합의가 제기된 의혹을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