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석은 '황금 연휴'인데 북한에서는 며칠 쉴까?

추석 당일 하루 휴무…성묘 풍습은 같아
거주지 벗어나 이동하려면 통행증 받아야

추석은 설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과연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일까?


북한에서도 추석은 민족 명절로 지낸다. 최소 3일의 연휴 기간인 한국과 달리 북한에서는 추석 당일인 6일 하루만 쉰다. 이날에는 북한에서도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고,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으로 제사를 지낸다. 또 성묘가 끝나면 가족 및 친척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풍습도 남쪽과 유사하다. 다만 북한에서는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거주지와 다른 지역에 있는 묘소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국에서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민족 대이동'은 없다.

북한 주민들이 추석 성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추석 성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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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표적인 추석 음식으로는 송편과 밤단자가 있다. 송편은 지역 특성에 따라 해콩, 참깨, 밤, 대추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빚는다. 밤단자는 찹쌀가루를 둥글게 빚은 다음 꿀과 삶은 밤을 고명으로 묻힌 음식이다. 추석 풍습도 남한과 비슷하다. 낮에는 씨름, 그네뛰기, 밧줄 당기기 등 민속놀이를 하고 밤이면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빈다.

한때 '봉건 잔재' 취급받아 폐지

이처럼 지금은 남쪽과 유사하게 추석을 지내지만, 한때 북한은 추석을 비롯한 민속 명절을 봉건 잔재로 간주해 없앤 적이 있다.

1967년 김일성 주석은 '봉건 잔재 일소' 지시를 내려 추석 등 민속 명절을 폐지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암암리에 추석 성묘 풍습을 이어왔다. 그러던 가운데 198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체제 수호를 위해 '우리민족제일주의'를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1988년 추석 명절이 공식 부활하게 됐다. 이 밖에도 북한에서는 음력 설, 한식, 단오 등을 민속 명절로 정했다. 이후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민속 명절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다지는 등 체제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로도 활용되기에 이른다. 노동당 간부나 일부 주민들은 명절이면 대성산 혁명열사릉, 신미리 애국열사릉,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등을 찾아 참배하기도 한다.


북한에만 있는 명절은 인민군 창건일,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해방기념일, 헌법절 등 정치적인 명절이다. 특히 올해 추석은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있어 명절보다는 대규모 열병식과 군중 동원 행사 준비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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