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 밤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정치권이 거센 충돌을 빚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문제 삼은 국민의힘과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간에 고소·고발 사태로 번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재난 수습에 매진해야 할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허위 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며 "이에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한가위에까지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로 흑색선전을 일삼는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주 의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대응이다.
주 의원은 "민주당은 날 무슨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거냐, 최고존엄 기분상해죄냐"며 비꼰 뒤, 9월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예능 촬영에 나선 시점은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어 복구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기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방송국이 아닌 중대본에 먼저 와서 냉장고가 아닌 서버망을 먼저 챙겨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대통령실과 여당이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대통령실은 촬영 시점을 숨기려 허위라고 거짓 브리핑했고, 민주당은 방송 강행을 위해 물타기성 허위 고발을 예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6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무고죄 등으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과 박수현 대변인을 형사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논란의 중심이 된 '냉장고를 부탁해'는 당초 10월 5일 일요일 방영 예정이었으나, JTBC 측은 대통령실 요청에 따라 방송일을 하루 연기해 6일 밤 10시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사망한 담당 공무원을 추모하는 차원에서 방송 연기를 요청했으며, JTBC는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공방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재난 발생 직후 예능 촬영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를 "왜곡"이라 규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일 자신의 SNS에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무슨 생각으로 예능을 촬영했는지 궁금하다"며, "대통령 부부의 냉장고 속이 아니라 대통령 머릿속이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 역시 같은 날 SNS를 통해 "예능 촬영 무렵은 화재가 진화된 지 18시간밖에 안 된 조기 수습의 골든타임이었다"며, "9월 28일 첫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는 '냉부해'에 밀려 늦은 오후 5시 30분에 잡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화재 복구에 투입된 공무원의 사망을 언급하며 "밤샘 복구 지시와 대통령 면피용 닦달에 공무원이 목숨을 잃었다. 공무상 재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 주장을 "흑색선전"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한가위에까지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로 흑색선전을 일삼는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민주당은 주 의원을 즉각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전산망 사고 예방 예산이 삭감된 사실을 언급하며, 화재 사태의 책임이 전 정부에도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주진우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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