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사망 사고가 자주 난 시공사가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공사를 여럿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앞으로 일정 기준 이상 사망사고가 난 업체에 대해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계룡건설산업 현장에서는 2019년 이후 올해 8월까지 기준 산업재해 등으로 13명이 숨졌다. 이는 전체 시공사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 회사 도급순위(시공능력평가)가 15위인 점을 감안하면 회사 규모에 비해 사망자 수가 많은 셈이다. 도급순위 12위인 호반건설이 사망사고가 2건 났고 두산에너빌리티(14위, 2건), 제일건설(17위, 1건)과 비교해도 사망사고가 많았다.
사망사고가 잦았지만 공공기관 발주 공사를 많이 낙찰받았다. 윤 의원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도로공사, 국가철도공단 등 공사 물량이 많은 공공기관 5곳으로부터 계약현황을 집계해본 결과 계룡건설은 최근 5년간 2조7000억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계룡건설은 LH가 5년간 발주한 물량 가운데 34건, 금액으로는 9238억원치를 수주했다. 개수로는 가장 많고 금액으로도 세 번째 수준이다. 철도공단 수주물량은 8건 1조원으로 전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다. 사망사고가 자주 나도 공공공사 입찰 심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태영건설과 극동건설 역시 잦은 사고에도 공공공사 낙찰을 자주 받았다. 태영건설은 도급순위 19위로 사망사고가 10건 발생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5곳으로부터 1조2000억원가량 일감을 따냈다. 도급순위 55위인 극동건설은 사망사고가 9건 났는데도 공공공사 수주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시공사는 규모에 비해 사망사고가 자주 난 곳이다. 회사 규모가 크고 현장이 많은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에서도 사망사고가 자주 났으며 공공 발주 공사를 꾸준히 낙찰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실은 "중대재해 사고가 나도 사측의 소송으로 행정처분이 결정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건설사가 계속해서 공공 발주 공사를 수주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낙찰제 심사세부기준에서 안전 관련 요소 역시 100점 만점에 0.8~2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안전점수가 낮아도 심사 결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5년간 사망자 수 같은 요소는 반영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한 사고 2명 사망' 시 공공입찰을 제한하던 걸 '연간 다수 사망'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산재가 잦은 회사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터라 공공입찰 제한 기준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윤 의원은 "대형 사고를 일으키고 현장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건설사가 공공 발주 낙찰을 제한 없이 받는 것은 국민의 정서에 위반된다"며 "공공기관 낙찰제 심사 세부 기준에 안전관리 점수를 강화하고 최근 5년간 사망자 수, 사고평가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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