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정과 컬러필터 같은 기초 소재는 국산화율이 0%였고,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Micro LED) 핵심 부품도 대부분 10% 미만에 불과했다.
7일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구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디스플레이 산업 주요 품목의 국산화율은 액정·컬러필터·유리기판·백라이트유닛 0%,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정밀금속마스크 5% 미만,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 RGB 발광소자와 전사 공정 장비 10% 미만에 그쳤다.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에서는 액정 물질 국산화율이 0%로 전량 해외 의존이었다. 컬러필터 0%, 유리기판 0%, 백라이트유닛 0%로 모두 수입에 의존했다. 편광판은 2022~2023년까지는 국산화율 100%를 기록했지만 2024년 다시 해외 의존도가 100%로 바뀌었다. 제조 장비의 경우 노광 장비는 해외 의존도가 100%였고, 식각·검사 장비는 국산화율 100%였다. 구동집적회로 역시 국산화율 100%로 조사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은 품목별 편차가 컸다. 발광 유기소재 중 호스트는 국산화율이 95%로 높은 수준이었으나, 도판트는 국산화율 33%에 그쳐 67%를 수입에 의존했다. 정밀금속마스크는 국산화율이 5% 미만으로 95% 이상을 해외에 의존했다.
투명 접착층은 국산화율이 10% 미만이었고, 증착 장비는 20% 미만으로 집계됐다. 반면 봉지재·보호막은 국산화율 95% 이상, 검사 장비와 구동집적회로는 100% 국산화율을 기록했다. 박막트랜지스터(TFT) 백플레인은 국산화율 85%로 나타났다.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Micro LED) 부문은 해외 의존도가 더욱 두드러졌다. RGB 발광소자는 국산화율 10% 미만, 전사 공정 장비도 국산화율 10% 미만으로 조사됐다. 백플레인은 국산화율 20%, 봉지재와 광학 부품은 국산화율 5% 미만으로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검사 장비와 보정 장비도 국산화율 10% 미만에 그쳤다. 이 가운데 구동집적회로만 국산화율 100%로 전량 국내에서 생산됐다.
업계는 이 같은 해외 의존 구조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은 가격과 물량에 따라 국내 생산 기반을 크게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0~20%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소재와 장비 자립 없이는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육성을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유기소재와 검사 장비 등 일부 전략 품목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액정·컬러필터 같은 기초 소재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 전사 공정은 여전히 격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장기적인 기술 개발을 병행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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