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해보 도로시설개량공사' 구간에 설치된 낙하물 방지 시설물 중 하나인 철제 H빔이 공사 중단으로 철거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심진석 기자
전남 함평군 소재 한 국도개량공사 현장이 공사업체 파산속에 흉물로 방치되면서, 각종 위험을 초래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특히나 공사 진행 과정에서 미쳐 철거되지 못한 각종 시설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보니 교통사고 등와 같은 안전 문제들이 우려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공사를 발주한 관계 기관의 외면속에 철저하게 무시되는 형편이다.
2일 함평군 및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하 익산청) 등에 따르면 익산청(발주처)은 국도 정비 및 도로 환경개선 등을 목적으로 A건설사 등과 공사계약을 맺고 지난 2019년 4월 '함평~해보 도로시설개량공사'를 본격 시작했다. 해당 공사는 함평 대동(강운리)~해보(대창리) 구간 (L=9.98㎞, B=11.5m 2차로) 내 '교량 4개소', '평면 교차로 26개소' 등에 대한 도로 구조 개선 및 보강이 주요 골자였다.
본 계획안을 보면 해당 공사는 첫 착공 시점 이후 올해 4월 준공 예정이었다.
'함평~해보 도로시설개량공사' 가 진행된 한 구간에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자갈과 돌들이 뒤엉켜 있다. 독자제공
문제는 이 공사현장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1년 가까이 멈춰 서 있단 점이다. 공사를 맡았던 A업체가 건설경기 악화속에 자금난에 시달리며 공사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다가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당초 예정됐던 준공일자도 수 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익산청은 현재 해당 업체와 맺었던 공사 관련 계약을 중도 해지(지난 9월 3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주인없는 공사현장이 되다 보니 여러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 평탄화 작업 등을 위한 발파작업 과정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한 약 5~7m 높이 낙하물 방지용 철 구조물(H빔)들이 국도 주변으로 약 2~3㎞에 걸쳐 철거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공사장 주변으로 각종 공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폐기물(돌, 흙, 자갈 등)들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흩어져 있다.
특히 커브길 같이 변수가 많은 도로구간들과 공사현장 내 남아있는 여러 구조물들과의 거리가 1~2m내외에 불과한데도 이러한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등도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 입장에선 위압감을 받기 충분한 구조다. 고령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인근 마을 주민들의 안전 역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공사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관할 지자체인 함평군엔 이미 도로문제에 따른 관련 민원들이 수시로 접수되고 있다.
실제 공사현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도로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급 브레이크를 밟거나, 속도를 급격히 줄이는 경우를 수 없이 봤다"며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주민들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뾰족한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함평군이 관련 민원에 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익산청에 문의했지만, "내년 6월 새 업체와 계약을 추진 중이다"란 모호한 답변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답변대로라면 새 공사업체가 확정되기 전까진 앞으로도 수 개월간은 운전자와 지역민들이 각종 위험에 시달려야 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부도처리 된 원청업체가 H빔 등 공사 중 설치한 구조물 철거 비용을 확보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뒷말도 나온다.
발주기관의 총체적 관리부실과 함께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결과물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최장 10일에 달하는 이번 추석 연휴기간 함평을 찾는 방문객 및 귀향객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안과 관련, 익산청 관계자는 "해당 공사 구간에 설치된 '철제 H 빔' 등 구조물의 경우 땅속 깊이 박혀져 있는 상태이다 보니 당장 철거가 쉽지 않은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신 도로 주변에 안전을 위한 여러 장비와 장치들을 설치할 계획이다"라며 "공사 재개를 위해선 업체 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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