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엔 '담배' 였다면…요즘 젊은 암 부른 건 염증 폭발 '이 음식'

20·30대 젊은 대장암 급증
"장내 환경 교란·염증 유발, 대장암과 연관"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이 20~40대의 대장암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장내 환경을 악화시키고 염증을 유발해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펙셀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펙셀스

원본보기 아이콘

영국 에든버러대 글로벌 공중보건 학과장인 데비 스리다르 교수는 최근 영국 가디언 기고문에서 "대장암을 비롯한 일부 암의 발병이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암은 주로 60~70대 이상에서 진단되는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들어 50세 미만의 조기 발병 사례가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장암의 경우 1990년 약 9만4000건에서 2019년 22만5000여건으로 급증했다. 유럽의 한 연구에서는 2004~2016년 사이 20대의 대장암 발병률이 매년 7.9%씩 늘었고, 30대는 4.9%, 40대는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50세 미만은 대장암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도 쉽지 않다. 스리다르 교수는 "젊은 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 암이 진행된 뒤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스리다르 교수는 전체 대장암 환자의 75%는 가족력이나 유전적 요인이 없었다며 환경적 요인이 젊은층의 대장암 발병률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대장암…초가공식품이 원인?

초가공식품은 산업적으로 강하게 가공돼 일반 가정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첨가물이 포함된 식품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과자, 라면, 탄산음료, 냉동식품, 소시지 등이 초가공식품에 해당한다. 초가공식품은 일반적으로 칼로리, 당, 나트륨, 포화지방이 높고 식이섬유가 부족해 비만을 비롯해 암,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우울증 등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슐린 신호체계 교란, 만성 저등급 염증,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을 유발해 암 발생과 연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장 속 미생물들이 다양성과 유익균이 줄고 해로운 균이 늘어나는데 이로 인한 장내 염증이 전신 염증으로 확산돼 대장암 등 만성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2022년 영국의학저널에 발표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터프츠 대학 연구팀의 미국 내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에서도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2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체중이나 영양 상태를 고려해도 이 수치가 유의미하게 유지됐다며 초가공식품이 비만 여부와 상관없이 발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스리다르 교수는 "20세기의 암의 주범이 흡연이었다면, 21세기의 대응자는 초가공식품 섭취일지도 모른다"며 "과학적 결론이 완전히 나지는 않았지만 관련 연구는 빠르게 쌓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흔히 '음식은 약이다'라고 말하곤 한다"며 "최근 연구는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식이 질병 예방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