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91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8월 기준 역대 최대다. 상품수지 역시 8월 중 역대 2위 규모 흑자를 나타냈다. 미국 관세 품목인 철강제품 등의 부진에 수출이 3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으나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데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 수입이 원자재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확대한 영향이다.
미국 관세는 철강 등 일부 품목에 중점적으로 반영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영향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수출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확대에 힘입어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관세 악영향을 상쇄하는 요인이다. 자동차 역시 미국 수출은 줄었으나 유럽 친환경 자동차 수요를 중심으로 선방하고 있다. 이에 올해 경상수지는 지난 8월 전망(1100억달러 사상 최대 흑자 전망) 경로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반도체 관세 부과 등 변수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91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8월 중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2023년 5월 이후 28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67억3000만달러)보다 늘었고, 전월(107억8000만달러) 대비로는 줄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94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2018년 8월(109억3000만달러)에 이은 8월 중 역대 2위 기록이다. 흑자 폭은 전년 동월(67억1000만달러) 대비로는 확대했으나 전월(102억7000만달러)과 비교해선 줄었다.
수출은 564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3개월 만의 감소 전환이다. 반도체가 사상 최대 규모 수출을 기록하고 승용차 수출 역시 8월 중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내며 호조세를 지속했으나 미국 관세 품목인 철강제품을 비롯해 화공품·기계류 등이 부진한 결과다. 8월 통관기준 반도체 수출은 153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6.9% 급증했다. 승용차는 7.0% 늘어난 52억2000만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철강제품은 11.7% 줄어 35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화공품(-11%)과 무선통신기기(-11%), 기계류 및 정밀기기(-8.2%) 등도 줄었다. 지역 별로는 미국(-12%)과 유럽연합(EU·-9.2%), 일본(-5.3%), 중국(-3.0%)으로 향하는 수출은 줄었고,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은 13.5% 증가했다.
수입은 470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3% 감소했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 8월 통관기준 원자재 수입은 242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6% 급감했다. 석탄(-25.3%), 석유제품(-20.3%), 원유(-16.6%)를 중심으로 줄었다. 가스는 6.6% 증가했다. 자본재는 188억2000만달러로 3.1% 늘었다. 정보통신기기(26.4%)와 반도체제조장비(9.5%), 반도체(4.5%)가 증가했다. 반면 수송장비(-37.2%)는 큰 폭 감소세를 이어갔다. 소비재 역시 87억4000만달러로 1.3% 증가했다. 승용차가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40.5%, 직접소비재가 5.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곡물은 10.1%, 비내구소비재는 6.7% 각각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21억2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며 전월(-21억4000만달러) 대비 적자 폭을 소폭 줄였다. 운송수지는 해상운송을 중심으로 운송 수입이 늘며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흑자 폭을 키웠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6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산업재산권(특허·상표), 저작권(음악·영상) 사용료 수입과 지급이 계절적으로 늘면서 적자 폭을 줄였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수지를 중심으로 20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29억5000만달러) 대비 흑자 폭을 줄였으나, 8월 기준 역대 2위 규모 흑자를 나타냈다. 배당소득수지는 15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분기 배당 지급에 따른 계절적 영향 등으로 전월(25억8000만달러) 대비 흑자 폭이 줄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78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전월(110억8000만달러) 대비로는 증가 폭을 줄였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14억4000만달러 증가하고 외국인 국내 투자는 21억5000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84억1000만달러 증가하고 외국인 국내 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2억9000만달러 늘었다. 파생금융상품은 5억달러 감소했다. 기타투자는 자산이 현금 및 예금을 중심으로 59억8000만달러 감소하고 부채는 차입을 중심으로 44억4000만달러 줄었다. 준비자산은 25억2000만달러 늘었다.
9월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 8월보다 증가한 100억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부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관세 부과 영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도 좋고 물가도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본원소득수지 흐름도 좋다"며 "9월 통관기준 무역 흑자가 반도체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8월을 상회했다. 9월엔 8월 반영된 본원소득수지 분기 배당 계절적 영향도 소멸한다. 이를 고려할 때 경상수지 흑자도 8월보다 상승해 100억달러 내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지난 8월 경제전망 당시 제시한 경상 흑자 규모(1100억달러) 달성도 여전히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관세 영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봤다. 송 부장은 "3분기 역시 품목관세 적용 품목을 중심으로 대미 수출 감소가 발생하겠으나, 가격 반영 지연 등으로 영향은 더디게 반영될 것"이라며 "(미국 관세 영향은) 아직까진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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