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대개편 논란은 사라졌지만 정작 카카오 안팎에선 후폭풍이 일고 있다. 카카오는 카톡 개편 일주일 만에 논란이 된 '친구 탭'을 원상복구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추진 과정이 일방적이었다는 비판이 카카오 내부에서 불거지면서 '제품이 회사를 흔드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내부 비판의 핵심은 15년 만의 대개편이라고 밝힐 정도로 전례 없는 수준임에도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개편안은 콘퍼런스에서 깜짝 공개된 뒤 곧바로 적용돼 이용자들의 반응을 충분히 살필 기회를 날렸다. 특히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개편을 이끈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책임을 강력히 묻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홍 CPO는 친구 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발표한 날, 사내 공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임직원들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아 내부에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용자 불편을 생각해 뒤늦게 원상복구라는 이례적 조치를 한 점은 다행이지만 개편 준비 과정부터 내외부 모두에서 충분한 소통을 거쳤다면 막을 수 있던 일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카카오가 친구 탭 개편을 통해 얻고자 했던 건 수익이었다. 카카오는 카톡 초기화면에 이용자가 올린 이미지나 '쇼츠'처럼 짧은 영상을 강조해 SNS로 키우고자 했다. 최근 SNS에선 이용자 체류시간을 끌기 위해 사진이나 영상을 빨리 넘겨보는 '쇼츠'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카카오는 카톡이 그 역할을 하길 바란 것이다. 앱 체류시간은 곧바로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번 개편이 카카오톡에 새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회사 입장에선 옳았을 수도 있다. 메신저 역할을 넘어 일상을 공유하는 SNS로의 기능까지 하게 된다면 앱의 쓰임새가 더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수익을 추구하는 건 서비스의 지속성을 위해서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 국민 메신저'로 불릴 정도로 영향이 큰 서비스라면 수익성 뿐 아니라 이용자 의견을 면밀히 경청하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했다. 개편 방향을 미리 공개한 뒤 일반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거나 베타테스트를 거치는 등의 연착륙 과정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하다못해 카카오 내부에서의 의견 수렴과 테스트만 충분히 거쳤더라도 이용자 불편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편은 가능했을 것이다. 대전환을 꿈꾼 카톡의 실험이 '소탐대실'을 부른 것 같아 안타깝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