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철강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에 발맞추는 동시에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지난해 철강 수출 13%를 유럽에 의존한 한국 철강업계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는 7일 공개될 EU 집행위원회 새 정책 패키지에는 철강 수입품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EU의 행정부 격이다. 또 이미 한 차례 줄였던 무관세 수입쿼터를 절반 수준까지 더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방안이 2026년 6월 만료되는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할 조치라고 설명한다. 세이프가드는 2018년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응해 도입된 제도로, 국가별 할당량까진 무관세로 허용하되 초과분엔 25% 관세를 매겨왔다. 그러나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50% 관세 도입이 겹치면서 EU는 기존 제도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EU의 이번 결정을 '대미 협상용 카드'로도 본다. 현재 EU 역시 미국의 50% 철강 관세 적용을 받고 있으나, 미·EU 합의문에는 다른 국가와 달리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이 가능하다는 단서가 있다. EU는 후속 협상에서 유럽산 철강만큼은 TRQ를 적용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이에 이번 관세 인상 추진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한국산도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EU는 지난 4월에도 세이프가드 조정을 통해 한국산 쿼터를 최대 14% 줄였다. 이번에 추가로 쿼터 축소와 고율 관세까지 현실화하면 한국 철강업계의 유럽 수출은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