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빨리"…불안한 청춘, '월 38만원' 사활을 걸었다 [주머니톡]

(29)취준생 연간 교육비 455만원
고용 한파에 자격증·어학 점수 확보에 몰두
낮은 취업률·경제적 부담 '이중고'

편집자주삼겹살 1인분에 2만원, 자장면 한 그릇에 7500원인 시대다. 2024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8(2020년=100)로, 2025년 역시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주머니톡(Week+Money+Talk) 연재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물가와 함께 우리 주머니 사정과 맞닿은 소비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취업준비생 이진이씨(27)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1년째 공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그는 "경쟁률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합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휴를 반납했다"며 "자기소개서 준비와 스펙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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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2357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취업 준비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1%가 '취업 준비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이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청년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고 언제 뜰지 몰라"…10명 중 8명은 연휴에도 구직 활동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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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때 취업 준비를 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4.1%포인트 높아졌다. 연휴에도 구직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로는 ▲수시채용으로 공고 시점을 알 수 없어서(43.6%·복수 응답) ▲채용 공고 자체가 적고 취업이 어려워서(38.3%) ▲긴 연휴 동안 집중할 시간이 생겨서(30.9%) ▲마음 편히 쉴 수 없어서(25.8%) 등이 꼽혔다.


청년층이 연휴에도 취업 준비에 전념하는 것은 냉혹한 고용 현실과 맞닿아 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인공지능(AI) 도입,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겹치며 청년층의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는 2896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6000명 늘었으나, 15~29세 청년층에서는 21만9000명 줄었다. 특히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 역시 30대가 32만8000명으로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준생 10명 중 4명 "취업 위한 교육 받는다"
"하루라도 빨리"…불안한 청춘, '월 38만원' 사활을 걸었다 [주머니톡] 원본보기 아이콘

역대급 취업난으로 스펙을 쌓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잡코리아 콘텐츠LAB이 취업준비생 48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2.9%가 취업 사교육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31.6%)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취업 사교육을 받은 이들의 월 평균 지출액은 38만원으로 연간 약 455만원에 달했다. 4년 전 218만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사교육 항목별로는 ▲전공 자격증 취득(64.9%·복수 응답)이 가장 많았고 ▲영어 시험 점수 및 응시료(56.7%) ▲비전공 분야 자격증(37%) ▲IT·컴퓨터 활용 지식 습득(32.7%)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어학연수 등 해외 경험을 중시하는 분위기도 취준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어학연수 비용은 국가·기간·숙소 형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수백만원 이상이 든다. 한 어학연수 전문 업체에 따르면 1개월간 1인실 숙소를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은 필리핀 312만원, 몰타 592만원, 영국 686만원, 캐나다 632만원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발표한 'MZ 사장님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30세대 청년 자영업자는 전체의 17.8%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요식업 종사 비율이 20대 51.7%, 30대 41.5%에 달해 다른 업종보다 높았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민주권정부 청년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청년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일자리와 자산형성의 기회 보장 ▲생애주기 전반의 기본생활 지원 ▲실질적인 정책 참여 확대 등이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안정적으로 첫걸음을 내딛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해 정책의 주체로 당당히 성장할 수 있도록 청년들 곁에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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