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세계 공장으로 불리며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 국가인 중국이 감축 목표를 처음으로 공식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온실가스의 심각성을 인식한 측면도 있지만, 국제정세 속에서 중국의 전략적 카드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후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명분으로 동부 해안지대에 원자력발전소를 대거 지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동북아시아의 핵방위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개최된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7%에서 10%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당 회의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자체를 "녹색사기(Green Scam)" 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중국은 미국의 리더십에 손상을 주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더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내며 2030년까지 50% 감축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감축계획은 폐기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7%에서 10% 감축을 선언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 것이다.
다만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7~10% 감축선언이 고무적이지만, 선언적인 발표라면 적어도 30%는 돼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만큼 공약하고 그것을 지키는 신뢰성을 강조하고자 생각보다 낮은 수치를 제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실적으로도 중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국의 2배 정도 되기 때문에, 중국이 10% 줄이는 것과 미국이 20% 줄이는 것이 거의 비슷한 효과를 낸다. 따라서 10%도 적은 수치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환경 문제가 국민 복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실제로도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각종 자연재해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국가 중 하나가 중국이었다. 태풍, 홍수, 가뭄 등 각지에서 끊이지 않고 기상재앙이 벌어졌고, 대도심 지역의 공기질도 여전히 많이 나쁜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도 실제적인 측면에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전기차나 태양광, 풍력, 원전 등 신재생 에너지 정착을 굉장히 강력히 밀어붙여서 지난해 같은 경우 온실가스를 약 1.6%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정부 의지 자체는 꽤 강한 편이어서 7~10%는 어떻게든 달성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녹색 사기 발언은 기후 변화 그 자체만 놓고서 한 비판이라기보다는 현재 유엔 체제에 대한 비판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유엔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 전쟁에 대해서 중재 작업을 거의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막대한 예산만 받아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해왔다. 또 최근 UN 산하 각 조직에서 점점 중국의 입김이 커지고 있는 것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지원금을 대폭 줄이면서 지금 많은 조직들의 최대 지원국이 중국으로 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유엔이 무용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 손을 잡고 유엔 차원의 대러 제재를 막아왔다. 여기서 유엔이 전혀 역할을 못 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때도 중국과 러시아를 차라리 유엔에서 축출하거나 서방 국가들끼리 따로 다른 유엔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유엔 자체가 쓸모가 없고, 기후변화는 녹색 사기라는 표현까지 썼다. 결국 명분을 만들어서 국제 자금을 모아서 줬는데 그걸 도대체 어디에 썼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도 이 부분에서는 자유롭기 어려운 게 자금 운용성이나 투명성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엔 자체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중국이 일종의 환경으로 이미지 세탁을 하는 이른바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하는 무대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중국은 기후 문제에 대해서 미국보다 좀 더 큰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국내에 인구가 워낙 많고 아직 절대 다수 인구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기상 변화나 기후 변화 문제로 인해 자국의 농업이 무너질 경우 정권이 상당히 위험해지는 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중국의 국립 자연과학재단에서 발표된 논문들도 상당수가 기후변화 관련 내용들이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고 지구 온난화가 더 심해지면 중국 내 농경지가 2100년까지 지금보다 35%가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도 나왔다. 농경지가 확 줄어들면 정치적인 불안정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중국 지도부가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기후 변동으로 농경지가 대폭 감소할 때마다 거대한 내란이 발생했고 국가 권력이 교체되는 일들도 많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 면적도 미국과 중국이 서로 비슷하지만 중국은 인구가 14억이 넘고 미국은 3억 정도이기 때문에 기후 재앙이나 식량 부족 문제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이 겪고 있는 도농간 격차나 빈부의 격차 등이 있으니 기후 변화로 인한 내부 불안에 대한 경각심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명분으로 대폭 확대 중인 원전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만약에 사고가 생기면 서해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원전에서 나올 플루토늄이 중국의 핵탄두 생산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원전 숫자가 약 56기 정도 되는데, 2035년까지 앞으로 100기 정도 더 짓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그때까지 150기를 넘길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지금 건설 중인 것만 해도 29기가 나온다. 중국 대도시가 대부분 동부 해안지대에 위치해 있다 보니 그쪽에 원전들도 밀집해서 지어지고 있다.
결국 이곳들에서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전부 우리나라 서해 앞바다로 몰려들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그 오염수 방류 문제로 상당히 우려가 컸었는데, 그나마 후쿠시마 원전은 태평양 쪽을 바라보고 있는 원전들이었다. 하지만 중국 원전에서 오염수가 방류되면 전부 서해로 오기 때문에 위험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결국 이 원전들에서 만들어지는 플루토늄은 핵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가 약 600기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인데 매년 100기 정도 만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 수가 지금보다 더 크게 늘어나면 생산량을 훨씬 더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원전 확대, 플루토늄 확보로 전용될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미국과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 안보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 전세계 핵 안보 문제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 자체는 표면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좀 더 안보적 측면에서도 고려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적인 측면이나 전략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무기와 국방 측면에서도 중국의 원전 건설 움직임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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