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 학생을 체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연방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미국 대학교수협회(AAP)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인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의 윌리엄 영 판사는 '시민권을 보유하지 않은 합법 거주 학생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추방하기 위해 체포한 것은 행정부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유엔 방문에 항의하고 있다.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영 판사는 결정문에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과 마크 루비오 국무부 장관 등은 수정헌법 제1조로 보호되는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시민권이 없는 친팔레스타인 성향 인사들을 추방 대상으로 삼기 위해 각자가 가진 광범위한 권한을 남용하기로 공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적화된 추방 절차의 효과는 현재까지 헌법을 위배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 최종변론에서 미 법무부를 대변하는 대리인들은 미국에 있는 외국인은 시위와 관련해 미국 시민과 동일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영 판사는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비(非)시민권자가 시민권자와 동일한 표현의 자유권을 가지는지 여부에 대해 "명백히 가진다"라고 판단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날 영 판사의 판결문은 자신이 받은 한 엽서를 보여주면서 시작됐다. 지난 6월 19일 작성된 엽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권과 탱크를 갖고 있는데 당신은 무엇을 갖고 있느냐?"고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영 판사는 "친애하는 익명의 신사 또는 숙녀분께, 나는 혼자일 때 오직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신과 나 그리고 미합중국 국민 전체가 함께할 때, 우리는 장엄한 헌법을 가지고 있다. 지금부터 그 헌법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겠다"고 운을 뗐다.
현지 매체 보스턴글로브는 "판사는 엽서 위협을 받았다는 점을 말하면서 판결을 시작했다"면서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그가 한 일은 자신의 판결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했다. 법원은 이날 결정과 관련해 추후 잠재적 구제책과 관련한 심리를 열 예정이다.
영 판사는 앞서 제기된 트럼프 행정부의 교사 교육훈련 보조금 삭감 및 보건의료 연구 보조금 삭감 계획과 관련한 소송에서 연방정부의 시도를 저지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이 판결은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미 국토안보부 소속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자지구 전쟁의 중단을 촉구하는 학내 시위에 참여한 유학생 중 일부를 체포한 뒤 비자를 취소하거나 추방 절차를 밟는 등 강도 높은 조처를 해왔다. 지난 3월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학내 시위를 주도하다가 캠퍼스 숙소에서 ICE에 체포된 마흐무드 칼릴 사건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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