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등 19~20세기 인상주의 대표 화가 작품부터 바바라 크루거, 안젤름 키퍼, 아이 웨이웨이 등 동시대 작가의 작품까지 미술사 100년을 아우르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한 '수련과 샹들리에'는 해외 거장 33명의 소장품 44점을 소개한다. 국내 최초 물납제 기증작인 중국 쩡판즈의 '초상'(2007) 2점을 포함해 총 4점을 작품을 최초로 공개한다. 이건희컬렉션 16점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 제목 '수련과 샹들리에'는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대표작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과 동시대 작가인 중국의 아이 웨이웨이(68)의 '검은 샹들리에'(2017~2021)에서 따왔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사는 "모네와 웨이웨이 사이 100년의 장면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커다란 원형홀에 44점의 작품을 배치했다. 전시장에선 미국 개념미술 작가인 바바라 크루거(80)의 '모욕하라, 비난하라'(2010) 작품이 처음 관람객을 맞는다. 날카로운 바늘이 눈을 찌르려는 순간을 담은 이미지 위에는 '모욕하라, 비난하라'는 문장이 병치돼 있다. 이는 미디어와 시각적 이미지가 개인에게 가하는 위협과 폭력을 드러낸 것으로,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해 풍자적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의 색깔이 잘 드러난다.
빅토르 바사렐리(1906~1997)의 작품에선 착시효과가 두드러진다. 평면임에도 불구하고 정면에서 바라볼 때 입체감이 선명하다. 기하학적 형태와 색, 패턴을 통한 강렬한 착시효과는 바사렐리 작품의 특징이다. 그는 평면 위에 움직임과 입체감을 구현하는 추상적 예술 양식인 옵아트(Optical Art)의 대표 작가로 손꼽힌다.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클로드 모네(1840~1926)의 대표작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도 선보인다. 연못 위에 떠 있는 수련과 표면에 비친 하늘과 구름의 인상이 자유롭고 감각적인 붓 터치가 인상적이다.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험한 '수련' 연작 250여점 중 하나로, 빛과 색이 변하는 순간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포착했다.
전시장 천장에 매달린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2017~2021)는 거대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중국 출신으로 베이징 영화학원에서 수학 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등의 작품 영향을 받아 오브제를 활용한 개념미술을 선보여 왔다. 작품에는 인권과 표현의 자유, 난민 문제 등을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검은 샹들리에' 작품은 빛을 밝히는 본래 용도와 상반된 어둠 속에서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 검은 유리 조각들은 척추와 장기, 인간과 동물의 두개골을 형상한다. 곳곳에서 꽃게 형상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검열 행태를 비판한다. 꽃게의 중국어 발음(?蟹·'팡씨에')은 온라인에서 내용을 삭제하는 검열(和?·'허씨에')과 유사해 중국에서 꽃게는 검열의 인터넷 은어로 사용되고 있다. 김 학예사는 "인류의 불안한 미래를 표현한 작품으로, 작품 속 꽃게는 검열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납부할 수 있게 한 물납제 작품으로는 쩡판즈(61)의 '초상'(2007) 작품이 공개된다. '초상'이란 같은 이름의 두 작품 속 남성과 여성의 신체는 일부가 번지고 지워졌다. 특유의 커다랗고 공허한 눈은 소외된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드러낸다. 얼굴을 가린 '가면' 시리즈 이후 얼굴을 드러내 보인 초상 시리즈로, 소멸하는 인체의 불안한 내면 심리를 보여준다.
김성희 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해외 명작 소장품을 엄선한 전시다. 시대와 경계를 넘어 작품의 이야기가 전달되도록 기획했다"며 "추석 연휴의 선물 같은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선 한국 미술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상설 전시가 열리고 있다. 거기에 해외 100년 미술사를 살필 이번 전시가 더해지면서 국내외 미술 세계를 한눈에 아우를 좋은 기회가 마련됐다. 전시는 2027년 1월3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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