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H-1B) 수수료를 기존보다 100배 인상한 가운데 중국이 청년 과학기술 인재를 겨냥한 'K비자'를 내달부터 새롭게 도입한다.
29일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0월1일부터 해외 유명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를 전공하거나 관련 연구에 종사하는 외국 청년 인재를 대상으로 K비자(K字簽證) 제도를 시행한다. 비자 소지자는 중국 내 교육·과학기술·문화 분야에서 교류, 창업,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입국 횟수·유효기간·체류기간 등에서 기존 12종 비자보다 더 많은 편의를 제공받는다.
특히 K비자는 기존 R비자와 달리 중국 내 고용주의 초청장이 없어도 개인 자격으로 신청할 수 있는 점이 차별화된다. 다만 세부 자격 요건과 절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중국 외교부는 "곧 재외공관에서 구체적 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도 도입은 최근 미국의 H-1B 비자 수수료 폭등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H-1B 수수료를 1천달러(약 140만원)에서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올리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조치가 핵심 인재 유입을 위축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이 K비자를 통해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중국 비자 정책이 "절묘한 타이밍"에 시행됐다며 "H-1B 신청자들이 대안을 찾는 상황에서 중국이 인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이민 변호사 매트 마운텔-메디치도 "미국은 장벽을 높이고 중국은 낮춘다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도 지적된다. K비자의 연령·학력·경력 요건은 모호하며 영주권 혜택이나 가족 초청 등 정착 지원책은 언급된 바가 없다. 언어·문화·정치적 차이 역시 외국 인재 유입의 장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 외국 인재 영입 시 중국계 해외 인력을 중심으로 유치해왔다.
또 H-1B 비자 소비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도 인재들이 중국을 쉽게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 분쟁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고 중국 내에서도 "인도인은 오지 마라"는 여론이 감지된다.
인도 변호사 산토시 파이는 NYT에 "인재들은 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미국에 가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방식 때문에 가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에서 일하고 살고 싶어하며 미국 시민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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