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말기 환자, 영광스러워"…3년간 숨기던 폐암 치료 권위자의 고백

로스 카미지 박사 "암 진단이 곧 삶의 끝 아냐"

세계적인 폐암 치료 권위자가 자신도 폐암 말기 환자임을 뒤늦게 고백했다. 폐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환자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30일 미국 CBS 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대 의과대학 암센터의 폐암 연구소를 이끄는 로스 카미지(58) 박사는 이달 초 "3년 전 폐암 진단을 받아 투병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폐암 권위자 로스 카미지(58) 박사가 자신의 폐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CBS 캡처

세계적인 폐암 권위자 로스 카미지(58) 박사가 자신의 폐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C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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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지 박사는 지난 20여년간 표적 치료제 개발과 암 진행 과정을 연구하며 전 세계 수천 명의 환자를 치료한 인물이다. 그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 40개 주와 전 세계 40개국에서 폐암 환자 수천 명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줬다. 카미지 박사는 진단 이후에도 수십 년간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 환자들을 배출하며 폐암 치료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2022년 카미지 박사는 쌕쌕거리는 호흡과 어깨 통증으로 검사를 받던 중 4기 진행성 폐암 진단을 받았다. 자신의 흉부 엑스레이를 본 카미지 박사는 한눈에 폐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흉부 엑스레이를 찍은 다음 같은 건물에 있는 내 사무실로 걸어갔다. 컴퓨터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불러온 뒤 '맙소사, 폐암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음날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양쪽 폐와 뼈에 침전물이 쌓여있는 것을 확인했고, 각종 검사를 통해 4기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 카미지 박사가 연구하는 사례 중에는 이런 자신의 사례도 포함됐다. 카미지 박사는 "처음엔 헬스장에서 운동을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나흘 만에 4기, 불치성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20년 넘게 폐암을 연구해 온 로스 카미지 박사가 3년째 폐암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CBS 화면 캡처

20년 넘게 폐암을 연구해 온 로스 카미지 박사가 3년째 폐암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C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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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 진단 후 그는 표적 치료제를 매일 복용하는 화학 요법을 12주 동안 진행한 뒤 방사선 요법을 이어갔다. 이듬해에는 매일 약을 복용하고 90일마다 뇌 스캔과 혈액 검사 등 각종 치료를 받았다.


카미지 박사는 자신이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3년 동안 비밀에 부쳤다. 가족과 일부 동료만 제외하고 줄곧 숨겨온 것이다. 그러다 그동안 해왔던 연구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증상을 알려 많은 암 케이스가 만성 질환처럼 관리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그는 "암 진단이 곧 삶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암은 만성 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평생 연구해 온 병에 자신도 걸리게 된 심정에 대해선 "화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수많은 환자의 입장이 돼 그들의 신발을 신어보는 특권을 얻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암 진단만 받으면 나의 가치가 끝난다는 생각을 없애는 게 좋다. 암과 '가치'는 서로 배타적인 단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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