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몰리는 K뷰티, 에이블씨엔씨 '어퓨' 분리 매각 통할까

IMM PE, '어퓨' 분리매각 추진
매각가 500억원 내외 추정
구다이글로벌 등에 뭉칫돈 몰리며 소외

에이블씨엔씨 의 브랜드 '어퓨(A'pieu)'가 매물로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K뷰티 시장에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금이 몰리는 '대박' 투자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에서 어퓨만 떼어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인수 후보들에게 티저레터(투자안내문)를 배포했으나, 두 달이 넘는 기간 시장에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블씨엔씨 어퓨 이미지. 에이블씨엔씨

에이블씨엔씨 어퓨 이미지. 에이블씨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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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씨엔씨는 IMM PE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IMM PE는 2017년 창업주 서영필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 25.5%를 1882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구주 인수 등을 통해 지분을 61.5%로 늘렸다. 경영권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42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인수 10년이 다 돼 가지만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수 직후 사드(THAAD) 사태로 매출이 고꾸라진 뒤,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 9월부터 매각을 시도했으나, 지속된 적자와 주가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24년 7월 매각을 철회한다.


이에 IMM PE가 꺼내든 카드는 분리매각이다. 통 매각이 어려워 보이자, 어퓨를 떼고 핵심 브랜드 미샤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매각 난도를 낮추기 위한 판단이다. 또 전 세계 시장에서 국내 색조 화장품을 중심으로 K뷰티 붐이 일어난 점도 어퓨를 분리매각 하는 이유로 꼽힌다. 어퓨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을 타깃으로 쿠션과 립틴트 등 중저가 색조 화장품을 주력으로 한다.


문제는 최근 불고 있는 K뷰티 열기가 오히려 어퓨 매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상장한 뷰티기업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최소 수십 배의 수익을 거두자, 시장은 제2의 에이피알·달바글로벌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비상장사인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투자자로부터 8000억원을 유치했다. 기업가치만 약 4조4000억원을 인정받았다. 투자엔 IMM PE를 비롯해 프리미어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등이 앞다퉈 나섰다. 이외에도 더파운더즈, 비나우 등의 뷰티 기업에도 기관투자가와 벤처캐피털 등 투자가 몰렸다.


반면 어퓨는 최근 투자를 이끌어낸 기업과 비교해 매력도가 낮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어퓨의 기업 가치는 500억원 내외로 평가받는다. 에이블씨엔씨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독립 브랜드로서 매력을 강조하기엔 덩치가 작다. 최근 반등에 나선 모습이지만 장기간 부진을 이어와 성장성 측면에서도 뚜렷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하다는 게 시장의 시선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어퓨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미샤 등 나머지 브랜드 처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가 화장품 포지셔닝과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매각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최근 뷰티 시장에서 투자금이 몰리는 기업이 정해져 있어 상당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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