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억 찍고도 통장잔고는 마이너스…고깃집 사장님 프랜차이즈 결산보고서 보니[소자본 창업의 덫]②

대출금 갚고나자 1억 벌어도 적자

"월 매출 1억원을 찍어도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였습니다."


지난해 무한리필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했던 이병욱(가명·39)씨는 본사로부터 세 차례 결산보고서를 받았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씨가 받은 결산보고서에는 본사가 계산한 점포의 매출과 지출, 수익 내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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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보고서를 살펴보면, 이씨가 운영했던 식당은 지난해 1억250여만원 월 매출을 올렸다. 본사는 매출에서 고정지출을 빼고, 본사 대출금을 더해 점포가 낸 수익을 계산했다. 본사가 계산한 이씨 점포의 수익은 약 2500만원으로 수익률은 24.6%였다.


본사 대출금은 이씨가 인테리어 비용 명목으로 본사가 알선해준 저축은행을 통해 빌린 돈이다. 대출금은 2억6000여만원으로 금리 9.5%, 2년 상환 조건이었다. 이씨가 달성한 매출 1억250만원에서 고정지출 8830만원을 제외한 뒤 본사 대출금 상환액 860만원과 블로그체험단 명목 240만원이 더해지면서 점포 수익이 2500만원으로 책정됐다. 결산보고서 상에서는 약 2500만원 이익이 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이씨가 점포 운영을 하면서 지불한 추가 비용까지 계산하면 남는 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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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다음 달 영업에서도 1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결산보고서상 약 20%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같은 이유로 돈을 벌지는 못했다. 본사는 이 역시 결산보고서에 매출 9800만원, 지출 9300만원으로 약 500만원의 이익이 났고, 여기에 오븐 렌털(130만원)과 본사 대출금(1200만원) 상환분을 합산해 점포의 수익률을 19.4%로 계산했다.


이씨는 "1000만원이 넘는 인테리어 대출금까지 갚고 나니 1억 매출을 올려도 통장에 남은 돈이 없었다"면서 "매달 매출은 떨어지고 적자 폭은 커지는 상황이라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대출 받은 점주들을 대상으로 추가납입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본사는 이를 충당금처럼 쌓아 점주가 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을 때 쓴다고 했다. 추가납입금은 고기 발주 비용에서 일부 금액을 더하는 방식으로 책정됐다.


예를 들어 15㎏ 삼겹살 한 상자를 주문하면 6만원이 추가로 계산되는 방식이다. 본사는 점주가 본사로부터 고기를 발주하지 않고 따로 조달할 경우 위약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명시하고 있어 점주들 입장에서는 고기 발주 비용에서 추가로 6만원을 납입하는 것이 사실상 강제 조항이었다. 고기 발주는 고정지출에서 40%대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부분이다.


본사는 이에 대해 "저축은행 대출 상품은 점주의 신용도만으로는 실행이 어려운 고액 대출로, 본사 명의로 자금을 취합해 입금하는 방식"이라면서 "점주가 원리금 부족분을 (고기 발주 때) 추가 납입하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운영 과정에서 점주들의 입금 누락이 반복돼 본사가 부족 분을 대신 상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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