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고가 주택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한때 '대한민국 최고급 레지던스'로 불리던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이하 시그니엘)는 예외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월세 수요가 줄면서 집을 비워둔 채 수천만 원의 관리비만 감수하는 집주인들까지 등장했다. 초고가 주거지의 상징으로 불리던 이곳이지만, 최근에는 전청조 사건 등으로 '사기꾼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계사 출신 유튜버 '터보832'가 지난 28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시그니엘 181㎡(90A 타입)를 보유한 A씨는 지난해부터 월세 매물을 내놨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1년째 공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월세 시세가 약 1700만 원임을 감안하면, 1년간 놓친 임대 수익만 2억 원이 넘는다. A씨는 매달 320만~330만 원의 관리비를 내고 있으며 공실이라도 환기 시스템을 가동해야 해 연간 관리비가 3000만~4000만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유튜버는 시그니엘에 대해 "이곳에 스트리머, 아프리카TV(현 SOOP) BJ들이 많이 산다"고 설명하며, 월세 수요가 적은 이유로 '지위재(positioning goods)' 기능의 부재를 꼽았다. 유튜브 채널 '터보(Turbo)832 TV'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시그니엘은 국내 최고 분양가를 기록하며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미지가 흔들렸다. 유튜버는 "시그니엘은 초부유층이 지위재로 소비하던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아프리카TV BJ나 스트리머, 단기 임대 거주자들이 늘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재벌 3세를 사칭해 수십억 원을 가로챈 전청조 사건을 비롯해 각종 범죄·사기 사건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며 '사기꾼들이 드나드는 집'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그니엘 시세는 올해 들어 최대 20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190㎡(146평)는 지난 4월 60억5000만원(50층)에 거래됐다. 이는 2022년 11월 같은 면적이 80억원(47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20억원 하락한 금액이다. 전용 205㎡(158평) 역시 2022년 5월 78억원에서 올해 3월 69억8500만원으로 약 10억원 떨어졌다. 럭셔리 주거지의 상징이던 시그니엘이 '하이엔드'의 체면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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