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이 고개 숙였지만…힘빠진 재경부 달랠 길 없어[관가 in]

29일 직원 간담회 가진 기재부
"기획예산처 정책 협조 시스템 구축"강조
사무관 다수 예산처행 고민
힘빠진 재경부 정책 수단 부재 우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이 충격에 빠진 기재부 직원들을 다독이며 고개를 숙였다. 이 차관은 “(기재부의) 총괄 기능은 다른 부처의 조정기능과는 다른 만큼, 자부심을 되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와 분리되더라도 충분히 정책 협조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철회되면서, 경제정책 총괄 기능과 세제 기능만 남게 된 재정경제부 쪽 부서 직원들의 격앙된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29일 기재부 내부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의 우려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차관은 이날 직원들에게 기재부가 발표한 공식 메시지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에 대해 사과했고, “총괄 기능은 (여전히) 중요한 기능”이라며 “상실감이 큰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25일 금융당국 조직개편안 철회가 발표된 후 “경제정책 총괄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재정·금융당국과도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직원들은 예산·금융·세제 중 세제 기능만 남게 됐는데, 정책 수단이 없는 기재부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총괄 조정 기능을 강화할 수단이 없다며 지적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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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 직원들은 총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수단이 없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한 직원은 “(경제정책·정책조정 라인인) 차관보실은 부처와의 협조가 어려운데, 앞으로는 인력을 확대한다고 해도 더 기피 부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산도 금융도 없는 상황에서는) 조정을 할 수 있는 툴이 없는데, 국무조정실 역할과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다른 직원도 “최근 공감소통에 쏟아지고 있는 목소리는 단순한 분노 표출이 아니라, (타 부처와의 정책) 조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없는 데 따른 현실적인 우려”라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향후 분리될 기획예산처와의 협조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예산처가 분리되더라도 정책 협조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불필요한 업무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유병서 예산실장도 “앞으로도 한 식구라는 생각으로 협조하겠다”며 내부 불안을 달랬다.


하지만 내부의 격앙된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직원은 “우리 조직이 잘못해서 응징당하는 듯해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현재 1·2차관 라인에서는 조직 분리와 함께 부처별 배분, 해외 파견 자리 등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 기능이 빠진 재경부의 위상 약화로 사무관들의 예산처 선호가 높아진 상황이다. 한 직원은 “재경부에 남겠다고 했던 사람들조차 예산처로 이동하고 싶어 한다”며 “재경부에서는 업무 의지가 높아도 이를 실현할 수단이 없으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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