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언급했던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발언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했다. 정권이 바뀐 후 내놓은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에서는 세금과 관련한 내용이 자취를 감췄다. 세제를 총괄하는 부총리가 '신중히 추진' 정도로 톤 다운을 했지만 웬만해서는 쓰지 않겠다는 부담감을 스스로 짊어졌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보유세에 관한 견해를 묻는 말에 답하면서 연신 '장관이 아닌 개인의 견해'라는 점을 앞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인간 김윤덕으로서는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보유세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에서 주무부처 수장이 아닌 본인이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보유세의 영향을 주는 공시가격은 국토부 소관이나 세제는 기획재정부에서 다루니 얼추 맞는 얘기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보유세 강화 드라이브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던 전례가 있다. 잦은 부동산 대책과 혼선으로 결국 정권 교체의 빌미로 작용했다는 트라우마를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공유하고 있다. 김 장관이 "(앞으로) 차분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인식에서일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후과(後果)'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의도야 어찌 됐든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권 교체의 주요 배경이 됐다는 점과 정책의 대상인 국민에게는 주거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것 등 결과가 나빴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원인 분석에 있어서는 핀트가 어긋났다. '정교하지 못한 단발성 대책'이어서 실패했다는 진단은 잘못됐다. 김 장관의 발언은 '시장과 날 선 대립각을 세워가며 헛심 쓰는 정부'라는 프레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않았다는 걸 드러냈다. 대통령의 '세금, 집값' 발언 후 대다수는 세금에 주목했지만 맥락상 더 중요한 건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집값이 급등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따져보긴 쉽지 않다.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비합리적인 요인이 영향을 끼치는 일도 빈번해서다. 최근 상황도 그렇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푼다고 뛰고,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이 별다를 게 없다고 뛴다. 대통령이 강조한 주식도 있고 누구는 큰 재미를 봤다는 코인도 있지만 그래도 안전한 건 '강남 아파트'로 상징되는 부동산 자산이라는 믿음도 굳건하다. 김 장관이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정부가 규제를 내놓기 전에 사야 한다'는 심리가 한 번 더 번질 가능성도 생겼다.
정부는 '일부' 투기세력을 집값 급등의 주요 축으로 보고 이를 겨냥한 잡도리를 시작했다. 쓸 수 있는 모든 정책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검토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집값 잡기에 골몰한다는 인상은 그 자체로 불안을 부추긴다.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장관의 다짐이 와닿지 않는 건 필자뿐만이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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