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차례상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형형색색의 과자가 있다. 규모가 큰 차례상의 경우 과자를 마치 탑처럼 쌓아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이 과자들의 이름은 옥춘당과 팔보당으로, 설탕과 천연 색소를 이용해 만든 '궁중 과자'다. 최소 수백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만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궁궐에서 손님들을 모셔 잔치를 벌일 때나 모습을 드러내던 귀한 과자였다.
옥춘당은 붉은빛이 도는 둥글납작한 과자, 팔보당은 한가지 색깔을 입힌 작은 꽃 모양 과자다. 둘 다 차례상, 제사상, 돌잔치 등 큰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장식용 과자다.
당(糖·사탕 당)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둘 다 달콤한 맛이 난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옥춘당과 팔보당은 쌀가루·엿·조청 등으로 맛을 내며, 현대식은 설탕을 녹인 뒤 형틀에 부어 굳혀 만든다. 여기에 치자, 박하 등으로 천연 색소를 만들어 묻히면 알록달록한 빛깔이 나온다.
옥춘당과 팔보당은 최소 수백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지닌 과자다. '우리역사넷' 등에 따르면 조선 후기부터 이미 옥춘당이라는 과자 이름이 등장한다. 정조 19년(1795년) 수록된 궁중 기록에는 한 잔칫상에 6치(약 18㎝) 높이로 쌓은 옥춘당 탑이 올라왔다고 적혔다.
옥춘당, 팔보당 모두 엄연한 궁중 음식이었다.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이 국가유산청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옥춘당과 팔보당은 '고배상'을 만들 때 조제됐다. 고배상은 조선 시대 왕실의 장수를 염원하는 연회때 40~70개의 반찬을 올린 거대한 잔칫상을 말한다.
고배상의 정점은 일명 '고임새'라 불리는 탑 형태의 음식이다. 옥춘당이나 팔보당을 10~20㎝로 쌓아 올려 만들었다. 이때 옥춘당, 팔보당 고유의 색이 서로 어우러지며 정교한 패턴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장관을 감상하는 것도 고배상의 묘미였다고 한다. 옥춘당과 팔보당으로 고임새를 만드는 작업은 숙련된 장인들이 맡았으며, 한 연구원은 "음식을 기교가 돋보이는 예술적 경지로 발전시킨, 자랑할 만한 한국 음식문화 유산"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옥춘당·팔보당 고임새는 20세기 중반 이후 국가적 행사나 전통 혼례, 환갑, 차례·제사 등 동네 큰 잔치에서도 보이게 된다. 궁중 음식의 노하우가 민간에 전파된 이유에 대해 한 연구원은 "왕족 잔치에 올려졌던 음식은 행사 이후 양반가에 전해졌을 것"이라며 "양반가도 궁중 과자와 떡을 맛보고 나름대로 음식법을 습득했을 테니, 그렇게 일반 대중에 전해진 것으로 본다"고 추측했다.
'설탕이나 엿당으로 만든 알록달록한 장식용 과자'는 한반도에서만 발달한 문화가 아니다. 일본에도 제사상에 올라오는 설탕 공예 과자인 라쿠간이 있다.
라쿠간도 곡물가루에 설탕, 물엿 등을 더해 반죽한 뒤 틀에 굳혀 만든 과자로 꽃 모양, 직사각형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한다. 맛은 단순한 설탕 맛이며 식감도 딱딱하지만, 우아한 생김새 덕분에 제례용으로 인기가 많다.
중국에는 결혼식 잔칫상에 올라오는 '4색의 사탕'이 있다. 각각 사각설탕, 동아 사탕, 귤 사탕, 용안 열매 사탕으로, 식을 올린 신랑과 신부가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에게 답례품으로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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