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및 인프라 문제로 게임 불모지로 여겨졌던 파키스탄이 프로게이머들을 배출하며 신흥 게임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민 평균연령이 22세로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은 파키스탄은 오락실을 중심으로 게임산업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중동국가들의 투자도 잇따르면서 아시아권의 새로운 e스포츠 강국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3일 CNN에 따르면 일본 격투게임 철권의 세계 랭킹 10위 내 선수 중 3명이 파키스탄 출신이다. 국제 격투게임 대회인 에볼루션 챔피언십(EVO)에서 6회 우승한 아슬란 애쉬를 비롯해 세계적인 철권 프로게이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국에서 열린 철권8 네이션스컵에서 파키스탄팀이 한국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이 철권 게임의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른 것은 아슬란 애쉬가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2018년부터다. 그전까지 파키스탄은 경제력이 미약하고 열악한 전력 및 인프라 문제로 게임산업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세계은행(WB)이 집계한 지난해 파키스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484달러(약 208만원)다. 도시노동자 평균 임금도 3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부유층만 평균 700달러가 넘는 콘솔게임기를 구매해 격투게임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파키스탄의 게임 저변이 크게 넓어진 계기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유행하던 오락실 조이스틱 기계들의 유입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값싼 조이스틱 기계들이 파키스탄으로 들어와 전국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각 오락실에서 상금을 걸고 철권 대회를 개최했고 실력자들이 등장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자본을 통해 실력을 쌓은 프로게이머들이 국제무대에 등판하기 시작했다.
철권과 같은 격투게임의 인기가 모바일 게임 등으로 확산하면서 파키스탄의 게임시장은 매년 3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인구가 2억5000만명에 이르는 데다 국민 평균연령도 22세로 매우 젊은 편이다. 30세 미만 인구만 1억7000만명이 넘어 게임시장의 주 수요층인 청년 인구가 매우 많다.
파키스탄 청년들이 철권과 같은 격투게임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열망이 강한 것도 게임시장 확대의 주요인으로 손꼽힌다. 파키스탄은 2022년 발생한 대홍수로 전체 국토의 75%가 물에 잠기고 이재민 3000만명이 발생한 이후 농업과 공업 등 전 산업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인해 매년 실업률이 5~7%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2.6%를 기록한 한국 실업률보다 훨씬 높은 상태다.
파키스탄 정부도 e스포츠 산업 정책 수립을 검토하기 시작해 향후 게임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NN은 "파키스탄 정부도 청년층을 위한 첫 e스포츠 정책 수립에 나섰으며 게임 경기장 및 공동 작업공간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프로게이머 선수들이 미국 등 다른 나라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정부가 빨리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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