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왜 '대학 대전환'이 필요한가

창의력 교육 부재 韓 경쟁력 추락
대학 기능 혁신이 곧 국가성장전략

[시론]왜 '대학 대전환'이 필요한가 원본보기 아이콘

중국 대학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학생은 매년 4만3000명에 이른다. 서울대 전체 학생 수의 두 배 규모다. 2023년까지 AI학과를 만든 대학은 585개였다. 칭화대, 베이징대 등 명문대 대부분에도 AI학과가 개설돼 영재들이 입학해 공부한다. MIT, 스탠퍼드, 카네기멜론, UC버클리 등 미국의 유수 대학들도 AI 특화 단과대학을 설립하고, 대규모 투자와 산학협력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방에 대학들이 있다.


한국은 여전히 의대 열풍에 빠져 있다. 공부 잘하는 수험생의 의대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심은 '대학 졸업 후 얼마나 많은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나'에 쏠려 있다. 이공계로 진학해본들 의사만큼 돈 벌기 어렵다. 정부와 과학계, 그리고 많은 국민이 이공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혁신적인 조치들은 없다.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 100위권 대학에 포함된 한국 대학은 지난해 5개였지만, 올해는 3개에 그쳤다. 아시아경제가 한국 대표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 2곳만이 "대학 교육이 기업에 필요한 이상적 인재 양성에 기여한다"고 답했다. 가장 필요한 졸업자 전공으로는 이공계를 꼽았다.

한국 경제는 초일류 선진국으로 나아갈 것인가, 다시 개발도상국으로 미끄러질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은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8%로 내다봤다. 1%대 잠재성장률은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1986년 이후 처음이다. 저성장은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급격한 저출생 고령화로 우리는 여러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이미 쇠락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추격을 받고 있다지만, 사실 중국 기업은 이미 여러 측면에서 한국 기업을 넘어섰다. 마지막 남은 보루였던 산업기술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보다 훨씬 혁신적이다.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에 밀려, 세계 자본과 기술을 흡수하는 미국에 밀려 한국 기업은 설 곳이 없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창의력과 이를 위한 혁신뿐이다.


창의력은 어느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 탐구와 토론이 체득된 교육, 그렇게 자란 인재가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로 구성된 대학은 기업과 손잡고 혁신을 실현하는 최전방에 서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초일류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대학 대전환'은 대학을 중심으로 한국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학은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과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대학이 바로 서려면 입시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이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도 이끌 수 있다. 이 과정은 대화와 타협, 양보와 배려의 사회구성원을 양성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후진적인 정치문화, 과도한 경쟁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범국가적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 늦춰서는 안 된다. '대학 대전환'이야말로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핵심 '성장전략'이다.





조영주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