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보문 관광단지 내 위치한 반려동물 친화 호텔 '키녹'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안양에서 경주까지 온전히 이 친구가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려왔어요."
여섯 살 암컷 말티즈 '뚜비'는 여느 강아지들과는 산책을 즐기지 않는다. 산책을 나가면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기 일쑤고, 다른 강아지라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기보다는 피하고 도망하기 바쁘다. 그렇다고 집안 생활만을 고수하는 건 아니어서 실외 배변을 고집하며 하루에 몇 차례씩 외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뚜비의 보호자인 김정민(가명) 씨 부부는 뚜비가 집 근처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산책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펫 프렌들리 호텔 '키녹(KINOCK)'을 찾았다. 김 씨는 "경주에 반려동물 친화 호텔이 있다는 걸 알고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며 "뚜비 마음을 잘 모르겠는 경우가 있는데 관련해서 상담도 받고, 펫 피트니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려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텔 시설과 환경이 반려동물에 최적화돼 있어서 이틀 내내 호텔 안에만 머물렀는데, 실제로 뚜비가 편안해하는 것 같아 잘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키녹'에 방문한 6살 말티즈 '뚜비'[사진=구은모 기자]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가며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어울리며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공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교원그룹의 펫 프렌들리 호텔 키녹이 개점 1주년을 맞았다. 키녹은 지난해 8월 '더 나은 반려 문화의 내일을 위하여'라는 슬로건과 함께 경주 보문 관광단지에 문을 열었다. 기존의 펫 호텔이 투숙객을 중심으로 설계된 후 반려동물이 동반하는 방식이었다면 키녹은 처음부터 모든 공간을 반려동물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설계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최근 방문한 키녹의 첫인상은 '담백함'과 '편안함'이었다. 여느 고급 호텔들이 세련미를 강조하거나 화려함을 뽐내는 것과는 다르게 아이보리 톤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지만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편안함의 배경에는 낮은 시선이 한몫했다. 키녹은 반려동물 친화 호텔답게 대부분의 구조물이 사람 시선을 기준으로 아래쪽으로 낮게 배치됐다. 시선 위쪽으로는 정보 값이 적고 여백이 많아 부담스럽지 않았다. 건물도 지상 3층 규모로 위압감과는 거리가 멀다.
반려동물 친화 호텔 '키녹' 객실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반려동물 친화 호텔 '키녹' 객실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시설 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객실이다. 우선 반려동물의 눈높이에 맞춘 낮은 설계는 객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펫 계단과 미끄럼 방지 효과가 있는 친환경 기능성 시트를 바닥재로 적용해 침대와 소파 등 객실 내 모든 시설을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구성됐다. 넓게 빠진 대형 창에는 반려동물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윈도우 시트가 설치돼 있고, 냄새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호텔에서 보기 어려운 우드 블라인드가 설치돼 있었다.
화장실도 사람과 반려동물 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손정규 키녹 부총지배인은 "화장실 내 반려동물 세족과 샤워가 가능한 펫 욕실과 곳곳에 반려동물 리드 줄을 잠시 걸어둘 수 있는 고리를 마련했고, 배관도 털이 빠져도 막히지 않도록 기존 대비 2~3배가량 큰 대구경으로 교체하는 등 반려동물 동반 고객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챙겼다"며 "최초 설계부터 반려견을 중심에 두고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세심함도 돋보였다. 강아지의 예민한 청각을 고려해 초인종 대신해 초인등을 사용했고, 객실 내 전 구역 플리커 프리(Flicker Free) 조명을 설치해 반려동물의 시력을 배려했다. 이밖에 반려동물용 타월과 침대커버, 식기, 간식, 배변커버, 탈취제 등 어메니티도 따로 구비된 모습이다.
'키녹' 객실 내 반려동물 전용 샤워장.[사진=구은모 기자]
'키녹' 객실 내 반려동물 전용 어메니티.[사진=구은모 기자]
사람과 반려동물이 한 공간에서 함께 식사하며 특별한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인상적이었다. '카페 스니프'는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 및 레스토랑으로 반려동물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전용 좌석은 물론 멍푸치노, 멍파르페, 멍치킨, 멍피자 등 반려동물 전용 메뉴도 별도로 마련됐다. 손 부총지배인은 "규제 샌드박스 특례가 적용돼 반려동물과 함께 취식이 가능하게 했다"며 "레시피 개발 시 초콜릿·건포도 등 반려동물에게 해로운 식자재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등 높은 수준의 위생 관리와 시설 운영 기준을 충족한 데 따른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키녹 측은 객실 외에 2500평 규모의 대형 야외 펫 파크에도 힘을 준 모습이다. 반려동물의 크기에 따라 소형견, 중·대형견, 배려견 구역으로 구분해 안전성을 확보했고, 낮은 수심의 물놀이장과 어질리티 체험 공간도 마련돼 즐길 거리도 다양해 보였다. 이 밖에 실내 펫 파크, 펫 유치원, 펫 케어 센터 등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가 제공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호캉스를 기획하는 여행객에게는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가 될 법하다.
'키녹'의 반려동물 친화 베이커리 카페 및 레스토랑 '카페 스니프' 쇼케이스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키녹은 반려동물의 시선을 반영한 공간 설계로 특별한 투숙 경험을 제공하는 펫 프렌들리 호텔로 자리매김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이후 1년간 누적 방문 반려동물 수는 1만5000마리를 돌파했고, 같은 기간 평균 객실 요금(ADR)은 전신인 스위트호텔 경주의 2023년 ADR과 비교해 63% 늘었고, 식음료(F&B) 매출은 68%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키녹' 펫파크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교원그룹은 키녹이 차별화된 인프라와 다양한 펫 콘텐츠를 결합해 고객과 반려동물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충성 고객 확보와 신규 고객 유치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 키녹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고객 충성도 강화와 수익 다각화에 나설 예정이다. 멤버십 앱은 예약·결제·출입 인증·리워드 기능을 한데 모아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운영관리 효율을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재방문을 유도하고, 누적 포인트를 매출 전환으로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포인트 제휴와 광고 연계를 통한 플랫폼 기반의 수익 다변화도 추진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펫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9살 푸들 '토토'[사진=구은모 기자]
정부·지자체와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주시·경북문화관광공사와 함께 반려견 건강 지킴 프로젝트 '개튼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지난 6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경주시가 주최한 '경주 댕댕여행' 프로그램이 키녹에서 열리기도 했다. 허태성 교원그룹 호텔사업부문장은 "경주시는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됐다"며 "경주에서 다양한 반려동물 행사가 개최될 예정인 만큼 키녹도 다양한 행사 참여 및 유치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키녹을 숙박업은 물론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허 부문장은 "향후 적합한 부지 선정을 통해 키녹 2호점·3호점으로 확대하는 안과 더불어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가진 업체들이 많은 만큼 위탁운영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페 스니프 같은 F&B 브랜드에 대한 확장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녹' 시그니처 객실 전경[사진제공=키녹]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