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카카오 먹통 사태'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당시 정부는 민간 기업의 관리 부실을 강하게 질타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정부 스스로는 기본적인 재난복구(DR·Disaster Recovery) 체계를 준비하지 못했다.
29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의 647개 시스템 가운데 불에 탄 96개 시스템은 대구 센터 내 민관 협력형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쌍둥이' 시스템인 전산망 백업(이중화) 체계는 재해복구 시스템의 핵심이다. 대전 본원과 광주 센터 간에 이 시스템이 일부 구축돼 있으나 데이터 백업 정도만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가동할 백업 시스템은 없다는 얘기로 행안부 관계자는 "백업 준비 체계는 갖추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이를 실제로 가동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3년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 당시 정부의 대책 마련 요구가 민간 기업에만 적용됐다는 점이다. 당시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배터리 간 간격을 충분히 확보하고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격벽을 만들어 전산장비와 배터리 보관 공간을 분리하도록 했다. 또 배터리 상태를 10초마다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과 CCTV를 의무 설치해 사고가 나더라도 사고 당시의 상황을 낱낱이 기록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이 대책을 스스로에 적용하지 못했다. 3년 전 당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카카오톡과 정부 시스템은 다르다"고 언급했지만 이번 화재는 일부 배터리에서 일어날 화재가 원인이 됐다.
준비 태세도 미흡했다. 정부는 지난해에서야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정보시스템 장애'를 사회재난유형에 추가했다. 공공1·2등급 정보시스템 서비스수준협약(SLA) 표준안을 마련해 1등급 시스템을 2시간 이내, 2등급 시스템을 3시간 이내에 복구해야 한다는 지침도 불과 1년 전에 만들었다.
대전과 광주, 대구로 분산 운영 중인 전산망이 동시에 마비돼도 정상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해복구 전용 센터'인 공주 센터를 2023년 5월에 완공했지만 데이터 백업만 가능한 상황이다.
관련 예산은 전혀 없었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민간 클라우드 활용 방안도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나와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 역시 "DR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큰 규모가 아니라 최소한의 규모로 돼 있거나 데이터 백업 형태로만 돼 있는 것도 있다"며 "이원화 작업은 예산 문제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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