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로 정부 시스템 먹통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올해 말까지 재난 복구를 위한 이중화 체계(클라우드 DR)를 구축해 대내 시스템을 정비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재 발생으로 주요 서비스가 중단 사태를 겪은 가운데 뒤늦게 구축 완료 시점을 밝힌 것이다.
클라우드 재난복구(DR) 시스템이란 동일한 환경을 갖춘 '쌍둥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한 곳에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역적으로 또 다른 곳에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요 서비스가 일제히 중단되는 대규모 장애 상황을 막을 수 있지만, 현재 정부 대다수 기관은 이같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국정자원에서는 일차적으로 대내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 검증에 나선 뒤, 정부 시스템 확대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28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이중화 체계 미비로 시스템 마비를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정부 시스템의 경우 클라우드 DR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면서 "클라우드 DR의 경우 예산이 많이 소요되고, 시스템 성격에 따라서는 새로 재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 카드사 등 일부 금융권의 경우 클라우드 DR을 갖추고 실제 가동되는 곳이 있지만 일부에 불과한 게 현실"이라면서 "국정자원이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대내 시스템에 적용, 기술 검증에 나서고 추후 행정안전부 등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정자원이 클라우드 DR을 구축한 사례를 바탕으로 공적 기관에 확대 적용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정부 전산 시스템 647개 가동이 중단됐다. 정부는 이번 화재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전산 시스템 96개를 제외한 나머지 551개 서비스 우선 복구에 나설 방침이다.
3년 전인 2022년 10월에도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빚은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관리 도구 이중화 공백이 도마에 올랐지만, 정작 이번엔 정부조차 이중화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카카오는 먹통 사태를 계기로 재난복구 시스템을 데이터센터 3개가 연동되는 삼중화 이상으로 고도화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 원장은 "클라우드 DR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이 별도 예산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소위 쌍둥이 시스템이 가동되려면 각기 다른 두 지역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운용하는 방식이 실효성 있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자원에는 1600개 업무 시스템이 운영 중이며 행안부, 국토부, 복지부 등 중앙기관 주요 시스템들이 들어와 있다.
2023년 전국 행정시스템 '새올' 먹통 사태 당시 이를 관리했던 국정자원은 장애 이후 재난복구(DR) 시스템을 '액티브-스탠바이'에서 '액티브-액티브'로 컨설팅한 뒤 시범사업을 추진해왔으며, 구축 완료 시점을 언론에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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