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숲속도서관이 전통적인 독서 공간의 경계를 넘어 지적 담론과 체험, 자연과 과학,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문화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듯 오늘날 도서관은 주민 주거 선택의 기준이 될 만큼 주거 인프라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한 강동구는 3040세대의 유입과 함께 미래세대 자녀의 교육과 문화를 중시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강동숲속도서관(구천면로 587)은 자연·과학·문화가 융합된 공간으로 도서관계의 에르메스’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에르메스는 ‘지혜와 언어, 전령의 신’으로 빠른 전달과 교류, 지식의 매개라는 상징을 갖고 있다.
이 도서관의 큰 매력은 숲세권이라는 입지와 유리창 너머 사계절 변화하는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설계에 있다. 전 층에서 누릴 수 있는 숲 전망, 음악과 책, 쉼이 어우러지는 ‘휴식형 도서관’ 콘셉트는 주민들의 일상에 새로운 힐링 코드를 더한다. LP 감상 공간과 숲 해설 프로그램, 공원과 연계된 산책길 등 지금까지의 도서관에 없던 체험이 가능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2층 전체를 감싸는 ‘최재천의 서재’다. 세계적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기증 도서 1200여 권이 전시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과학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기술 기반의 ‘놀이로 배우는 과학’ 체험도 함께할 수 있다. 인공지능교육 전문기관 ‘LG디스커버리랩’과의 협약을 바탕으로 큐블렛 코딩, 로봇 원리 학습 등 AI·로봇·AR 콘텐츠가 상시 제공된다.
과학에 특화된 이 도서관은 태양계 행성 조형물, 로봇 바리스타, AI 안내로봇 ‘클로이’, AR 색칠놀이터 등 최첨단 기기를 군데군데 배치해 아이와 가족이 자연스럽게 미래교육을 경험하도록 안내한다. 그 결과, 강동숲속도서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서울의 숨겨진 명품 도서관’ 붐을 일으키며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강동숲속도서관은 숲과 과학, 책과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독서문화 플랫폼”이라며 “단순한 도서관이 아닌, 지역 인문·예술·문화 수준을 한층 높이는 강동구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동숲속도서관이 숲과 과학, 첨단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문화 공간이라면, 강동중앙도서관(양재대로 84길 63)은 인문·예술 특화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로 지역 문화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1만2000세대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 대단지 아파트 앞에 지난 8월 31일 정식 개관한 이 도서관은 연면적 1만2056㎡, 지하 4층에서 지상 3층에 이르는 대규모 시설로, 12만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해 서울시 자치구 도서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강동중앙도서관은 다양한 특화 공간으로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풍성하게 한다. 1층 어린이자료실 옆에는 ‘어린이작업실 모야’가 자리 잡아 100여 종의 창작 재료와 도구를 활용해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예술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곳에서는 미술, 공예 등 다양한 체험 수업과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이루어져 자녀를 둔 가족 방문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층에는 500여 종의 LP와 CD를 감상할 수 있는 ‘소리곳’이 마련돼 있어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음질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음악 감상과 함께 책 읽기가 가능한 이 공간은 도서관 이용에 새로운 즐거움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3층에 위치한 ‘생각곳’은 필사 공간으로,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글쓰기와 필사가 재조명됨에 따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방문객들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고전 문학부터 현대 문학까지 직접 손으로 글을 옮겨 쓰며 독서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공간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 방이다. 이곳은 36명이 동시에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대형 독서테이블과 조용한 분위기를 갖추어 온전히 독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곳에는 일반적인 주제별 분류를 넘어 고전부터 현대문학까지 아우르는 5000여권의 명저가 수집돼 있어 누구나 쉽게 찾고, 읽고 싶은 책을 접할 수 있다.
강동중앙도서관은 미국 앤아버공공도서관, 도서문화재단 씨앗, 저스피스 재단과의 협약을 통해 ‘우리 도서관의 친구들’이라는 큐레이션 코너를 운영 중이다. 이는 국제적 도서관 및 문화재단 소식을 전시하며 풍부한 추천 도서를 통해 주민들의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강동숲속도서관과 강동중앙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주민 의견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며,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