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이자 희대의 성범죄자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해 의회에서 공개된 새 문건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영국 앤드루 왕자 등의 이름이 등장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일간 텔레그레프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민주당이 공개한 하원 감독위원회 제출 자료에는 엡스타인의 전화 메시지 기록, 항공기 비행일지와 명단, 재무 장부 사본, 일정표 등이 들어 있다. 해당 문건에는 머스크가 엡스타인의 '섬'에 초대받은 정황이 나타났다. 2014년 12월 6일 일정표에는 '리마인더: 일론 머스크 12월 6일 섬 방문(여전히 진행?)'이라는 내용이 한 줄 적혔다. 다만 이 메모만으로는 이 방문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혹은 머스크와 엡스타인이 어떤 관계였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이 일정이 실제로 실행됐다는 증거도 없다.
머스크는 2019년 연예매체 배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엡스타인의 뉴욕 자택을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 "그가 계속 섬에 오라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한 바 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는 2000년 5월 12일 미국 뉴저지에서 플로리다로 가는 항공기 승객 명단에 포함됐다. 이 명단에는 앤드루 왕자가 엡스타인의 사적 항공편으로 뉴저지 테터보로 공항에서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로 이동했다고 나와 있다. 또 공개된 재무 장부에는 2000년 2월과 5월에 '앤드루'라는 이름으로 마사지, 운동, 요가 목적으로 지급된 항목들이 포함된 정황이 있다. 다만 이 '앤드루'가 앤드루 왕자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이 기간 앤드루 왕자가 미국을 방문한 기록은 있다. 왕실 기록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는 2000년 5월 11일 아동학대방지협회(NSPCC) 후원 리셉션 참석차 뉴욕에 도착했고 15일 영국으로 귀국했다.
앤드루 왕자는 이전에도 엡스타인 관련 문건에 이름이 거론됐으나 범죄 연루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머스크와 앤드루 왕자는 모두 이번에 공개된 엡스타인 문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문건에는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창업한 피터 틸, 트럼프 집권 1기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우파 논객 스티브 배넌,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과 엡스타인이 잡은 약속 등의 내용도 들어 있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후 2019년 뉴욕의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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