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 월가의 스타 투자자였던 하워드 루빈(70)이 26일(현지시간)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됐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루빈은 맨해튼 중심부 메트로폴리탄 타워의 펜트하우스의 한 방을 '감옥'으로 개조해 다수의 피해 여성들을 이곳으로 유인해 폭력적인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붉은 색칠을 한 이 방에는 방음 설치가 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루빈은 자신의 개인 비서인 제니퍼 파워스(45)와 함께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6명 이상의 여성들을 모집해 돈을 주고 결박 및 가학, 피학 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검찰은 루빈의 행위가 여성들이 동의한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며 폭력, 구속은 물론 전기충격 등이 사용됐다는 주장도 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었거나 중독, 학대 경험이 있는 이들로 루빈 측은 이 점을 악용해 이들을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빈과 파워스는 피해 여성들에게 비밀유지계약서를 강요하고,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 또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해당 계약서에는 여성들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루빈이 약물이나 알코올을 제공하지 않으며 성행위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돼 있으며 계약 위반 때 50만 달러(7억 원)를 지불하게 돼 있다.
검찰은 계약서에는 여성들이 어떤 성적 행위든 멈출 수 있는 '세이프 워드(safe word)'를 말할 수 있게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입에 재갈이 물려 있거나 루빈이 애원을 무시했다고 기소장에서 밝혔다. 루빈은 여성들에게 다량의 약물과 알코올을 제공해 의식을 잃게 한 뒤 성폭행한 경우도 있었다.
루빈은 이날 코네티컷에서 체포됐으며 파워스는 텍사스에서 체포됐다. 루빈은 인신매매 혐의 외 은행 사기 혐의와 매춘 목적의 인신 운송 혐의로도 기소돼 최고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검찰은 루빈과 파워스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범행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펜트하우스 임대료는 월 1만8000달러(2540만원)이었다. 앞서 루빈과 파워스는 2017년 피해자들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해 2022년 390만 달러(55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연방 검사인 타라 맥그래스는 "기소장에 이름이 나오지 않은 피해자가 수십 명 더 있다"며 "루빈이 2017년 고소당한 후에도 성 매수 범행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루빈이 케이맨 제도 은행 계좌에 7440만 달러(약 1041억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그가 미국에서 도망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1982년 살로몬 브라더스에 입사한 루빈은 1989년 마이클 루이스가 쓴 살로몬 브라더스에 관한 책 '라이어스 포커'에 주요 인물로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루빈은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1985년 메릴린치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는 1987년 메릴린치에서 2억5000만 달러(현재 가치 7억 달러·987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투자로 오점을 남겼는데. 이는 당시 월가 금융회사가 보고한 손실 중 최대 규모에 해당했다. 이후 루빈은 베어스턴스와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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