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로 27일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돼 불편을 초래하는 가운데 클라우드 환경 이중화 작업 미비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일한 환경을 갖춘 '쌍둥이' 클라우드 시스템이 있었다면 한 곳에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역적으로 또다른 곳에서 기능을 할 수 있어 대규모 장애 상황을 막을 수 있지만 현재는 이런 서비스 이중화(백업)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이번 화재는 국정자원의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기 위한 작업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발생했다"면서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주요 정부서비스 장애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오른쪽)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전날 화재가 난 전산실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자체 운영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인 'G-클라우드 존'으로 알려졌다. 해당 구역의 재난복구(DR) 시스템은 서버 DR과 클라우드 DR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환경이다. 다만 국정자원은 서버의 재난복구 환경은 갖춰져 있지만 클라우드 재난복구 환경은 구축이 완료되지 않아 정부 시스템이 전면 다운되는 등 사태를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간밤 국정자원의 화재로 인한 정부 시스템 마비는 3년 전 카카오 먹통 사태 판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2년 10월 카카오톡 서버가 있는 데이터센터의 화재 발생으로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한 대부분의 카카오 서비스가 일제히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밤샘 복구 작업으로 카카오톡 등 일부 서비스는 정상화 됐지만,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혼란을 초래했다.
카카오는 먹통 사태를 계기로 재난복구 시스템을 데이터센터 3개가 연동되는 삼중화 이상으로 고도화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인프라 개선 등 서비스 안정성 강화를 약속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되면서 데이터센터 관리의 중요성이 도마에 올랐지만 또다시 국정자원 화재로 관리 부족이 전면에 드러난 셈이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자원의 중요성이 큰 만큼 화재가 발생한 구역 재난복구(DR) 시스템은 서버 DR과 클라우드 DR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환경"이라며 "일차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클라우드 DR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정부 시스템이 전면 다운되는 등 혼란을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자원 대전 본원은 공주 센터와 이중화하는 작업이 계획됐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클라우드 재난복구 시스템 구축 세부 방안을 내놓은 후 5년 내 순차적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상세 컨설팅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 클라우드 민간 이전에 대한 반대 의견 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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