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도권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 매수자 수가 5년여 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을 피하려는 외국인들이 서둘러 막차에 올라탔다.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 주요 입지에 고가의 주택보다는 인천에서 거래가 크게 늘었다. 집값이 오르는 추세인데다, 새로운 규제가 시작되다 보니 매수 결정을 내린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집합건물(오피스텔·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을 매수한 외국인의 수는 105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978명과 비교할 때 7.5%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수치는 2020년 9월 1128명 이후 가장 높으며 연초 606명 대비로는 73.4% 늘어난 수준이다.
외국인 토허구역 시행 전 서둘러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됐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서울 전역, 인천 및 경기도 주요 지역을 1년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외국인은 주택 구입 시 허가를 받아야 하며 4개월 이내에 입주해야 하며 취득 후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수도권 중에서도 인천에서 거래가 많았다. 7월 221명에서 지난달 368명으로 66.5% 증가했다.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15.3%, 7.7%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인천은 수도권 중에서 외국인의 수가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곳이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인천의 지난해 등록 외국인 수는 8만9129명으로 전년 대비 10.0%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이 5.1%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 부동산을 사들이는 외국인의 수는 확 줄었다. 지난달 비수도권 집합건물을 사들인 외국인의 수는 284명으로 전월 335명과 비교할 때 15.2% 축소됐다. 올해 가장 많았던 지난 6월 341명 대비로는 16.7% 감소했다. 매수자 수가 280명대를 기록한 것은 6개월 만이다.
지방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달 지방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의 수는 수도권의 27% 정도에 머물렀다. 6월까지만 해도 35.8%를 기록한 바 있다.
그나마 외국인이 주로 매수한 지방 부동산은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충청남도와 충청북도가 각각 65명, 53명을 기록하면서 전체의 41.5%를 차지했다. 그 뒤를 경상남도(24명), 부산(23명), 제주(22명), 경상북도(20명) 순으로 파악됐다. 이와 달리 세종과 전라북도, 광주 부동산을 사들인 이들의 수는 한자리에 머물렀다. 전라북도 6명, 세종 5명, 광주 3명으로 집계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국내 부동산을 구입하는 외국인 중 50%가 실거주 목적이고 나머지는 투자로 추정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 그쪽으로 쏠리고 있다"며 "수도권이 토허구역으로 묶이긴 했지만 향후 상승 여력이 크기에 투자처로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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