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씨(33)는 이번 추석 연휴 본가에 중고거래로 구매한 참치 선물세트를 들고 간다. 이번엔 6만원 수준인 정가보다 40%가량 저렴한 3만5000원에 구매했다. 박씨는 "부모님 집에 빈손으로 가긴 그렇고 물가는 계속 올라 부담을 느꼈다"면서 "선물세트가 필요 없는 누군가가 내놓은 중고 제품을 저렴하게 사서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속에 추석 선물을 중고로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일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추석 선물'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물은 620여건 등록됐다. 또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는 정가 3만원인 생활용품 선물세트를 3분의 1 가격인 1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약'이라는 표시가 붙었다.
윤정엽씨(29)는 정가 5만원 상당의 추석 햄 선물세트를 중고거래를 통해 절반 가격으로 샀다. 추석 기간에 맞춰 충북 청주시 소재 부모님 집으로 부쳤다. 윤씨는 "회사에서 받은 선물세트를 필요 없는 사람이 싸게 판 것 같다"며 "지출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품질 우려도 제기된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갈비세트 등 냉장·냉동 식품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 같은 신선식품의 경우 구매자가 보관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모씨(30)는 "판매자가 선물세트를 어떻게 보관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아무래도 고기나 과일류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은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에 추석 선물세트를 중고로 거래하는 행위는 개인의 필요와 상황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선물에 담긴 정성·의미 등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중고로 선물을 거래하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다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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