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반열에 오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위키드'는 첫 장면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된 힘은 수직적 시각 효과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첫 장면에서는 대략 5m 높이의 기둥 위에 놓인 거대한 가고일이 수직으로 움직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위키드에서는 주인공 글린다가 비눗방울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며 관객을 현혹한다.
사람의 시선은 수평적 움직임에 익숙하다. 두 눈이 수평으로 나란히 놓여있는 데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날지 못하고 땅에 발을 딛고 수평으로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무대 위에서 수평보다 수직으로 움직이는 대상에 더 큰 시각적 충격을 받는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음유시인 그랭구아르가 유명한 넘버 '대성당의 시대'를 부르며 시작한다. 관객의 귀는 그랭구아르의 노래에 집중하지만 시선은 그랭구아르의 뒤편에 있는 웅장한 3개의 기둥에 고정된다. 맨 왼쪽 기둥 꼭대기에는 사람보다 큰 가고일이 서서히 하강하며 눈길을 끈다. 대성당의 시대 넘버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왼쪽 두 개 기둥의 상단에도 숨겨져 있던 가고일 2개가 튀어나온다. 관객에게 주는 시각적 효과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2막 초반 등장하는 거대한 종도 압권이다. 무용수들은 자신보다 큰 크기의 종에 매달려 허공에서 아찔한 춤사위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위키드는 북쪽의 착한 마녀 글린다가 비눗방울을 타고 서서히 내려오면서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위키드에서도 이 장면이 그대로 묘사된다.
글린다가 내려오면서 무대는 비눗방울로 채워지고 비눗방울 중 일부는 객석으로까지 넘어온다. 관객들은 순식간에 비눗방울을 쫓았던 어렸을 때를 떠올리며 동화 같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수직적 시각 효과로 시작된 두 작품 모두 수평적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은 흥미롭다. 두 작품은 모두 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을 응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인물은 대성당의 신부 프롤로다. 프롤로는 헌병대장 페뷔스에게 명령해 집시와 부랑자들의 파리 진입을 막는다. 최근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며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사태를 일으킨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연상되는 행보다.
프롤로는 우연히 눈에 띈 짚시여인 에스메랄다에 반해 사제로서의 종교적ㆍ도덕적 신념을 버리고 에스메랄다를 향한 거침없는 욕망과 집착을 드러낸다. 누명을 씌워 에스메랄다를 감금한 뒤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교수형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프롤로는 결국 극 중 가장 낮은 신분인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위키드의 최고 권력자는 오즈의 마법사다. 마법사는 대중에게 위대한 인물로 알려졌지만 실제 그는 마법 능력이 없는 가짜다. 마법사는 마법 능력이 없지만 자신의 권위 덕분에 우매한 백성들의 사회 질서가 유지된다고 믿는 자기기만적 인물이다. 마법사는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마법 능력이 뛰어난 엘파바를 에메랄드성으로 불러들인다. 하지만 엘파바는 마법사의 실체를 알고 난 뒤 그와 대치하고 결국 마법사를 오즈에서 쫓아낸다.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나 부모에게서조차 차별을 경험한 엘파바 입장에서 권력을 쥐고 사회를 통제·억압하려는 오즈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다.
엘파바는 염소인 딜라몬드 교수가 결국 인간에 의해 교수직과 함께 목소리도 잃고 우리에 갇히는 신세가 되는 모습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위키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글린다의 모습으로 시작한 뒤 엘파바가 반대로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며 장면을 연출하며 1막을 마무리한다. 1막의 시작과 끝을 주인공의 상반된 움직임으로 처리하며 수평적 균형을 맞춘듯해 흥미롭다.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아 프랑스 오리지널 투어팀이 내한해 공연 중인 노트르담 드 파리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위키드도 오리지널 내한 공연팀이 한국 초연 13년 만에 다시 방한했다. 오는 10월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한 뒤 부산, 대구 공연이 이어진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오는 11월13일 개막해 12월5일까지 공연하고 내년 1월 중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