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공계 석·박사에게 연간 최대 6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들이 성과 압박에서 벗어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주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의대 쏠림' 풍조로 흔들리는 과학·공학 인재 공급 구조를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공계 전성시대'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25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이제는 이공계 전성시대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3 NO, 1 YES'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은 인공지능(AI)과 이공계 인재에 국가적 수준의 투자와 지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오후 고려대학교 미래융합기술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이제는 이공계 전성시대' 포럼 참석에 앞서 정운오IT교양관을 찾아 반도체공학과 FAB실험실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3 NO, 1 YES'는 ▲학비 걱정 NO ▲성과 압박 NO ▲주거비 부담 NO ▲이공계 자긍심 YES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공계 미래동행 장학금을 신설해 석사 2000만원, 박사 4000만원, 박사후 과정 6000만원까지 연간 지원 금액을 확대한다. '서울 라이즈 텐(RISE 10) 챌린지'도 추진해 이공계 연구자에게 최장 10년간 연구비를 지원함으로써 성과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한 '이공계 인재 성장 주택'을 공급하고, 과학자에 대한 예우를 회복하기 위해 '서울과학인의 상'을 제정한다.
오 시장은 2022년에도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대학 내 시설 설립 시 용적률, 높이제한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오 시장은 "학습기자재, 실험실 등 기구를 들일 공간을 지으려고 해도 서울시에서 인허가를 받으려면 수년이 걸린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고,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모든 규제를 풀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정책의 첫 결실로 지어진 것이 올해 2월 문을 연 고려대 '정운오IT교양관'이다. 자연경관지구 내 높이 제한이 완화돼 기존 7층 규모를 10층으로 확장했다. 최상층의 층고도 높아져 실제 반도체 공정 실습이 가능한 최첨단 제작 실험실(FabLab)도 지을 수 있게 됐다. 오 시장은 제작 실험실에 방문해 실험복을 입고 설비를 다루는 학생들을 격려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당시 AI, 로봇, 에너지 등 여러 신산업으로 연구 공간의 결핍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서울시에서 높이 완화 정책을 발표해 3개 층을 증축해 공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공계 당사자들은 인건비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김형은 서강대 전자공학과 대학원생은 "인건비 상한액을 받더라도 사립대 이공계 대학원생의 평균 등록금을 제하면 생활비로는 충분하지 않아 연구 진행에 경제적인 부담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연구원들에게 많이 주고 싶지만 형편이 그렇지 않으니 인재 관리, 영입이 쉽지 않다"며 "당연히 제가 사장으로서 해결해야 하지만 정책 차원에서도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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