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삼시세끼 햄버거는 인권침해"…'공항난민' 문제 인권위로

기니 국적 남성 김해공항서
인권단체, 진정서 제출

부산 김해국제공항 출국대기실에 머물던 기니 국적 남성이 난민심사를 요구하다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


난민인권네트워크와 공익법단체 두루,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원회는 25일 부산 연제구 국가인권위원회 부산 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도착한 공항 난민 A씨에 5개월 동안 똑같은 치킨 햄버거만 제공됐다"며 "난민 보호의 첫 단추는 난민 인정심사를 받을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는 것인데, 출입국 당국이 난민 심사 불회부를 남발하면서 공항 난민이 증가하고 이들의 기본적인 인권인 침해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가 김해공항 공항 난민 문제와 관련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가 김해공항 공항 난민 문제와 관련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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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4월27일 김해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된 뒤 난민심사에 회부되지 못하자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터미널 보안 구역 내 출국 대기실에서 5개월 동안 지내고 있다. 그는 인권단체 도움을 받아 난민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기니에서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시위에 참여해 발생한 흉터 등을 증거로 난민 심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출입국 당국은 A씨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았다.


A씨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상급심이 끝날 때까지 김해공항 내 출국대기소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변호사가 대독한 편지에서 "살해위협 때문에 한국에 망명을 신청했다"며 "기니로 돌아가면 종신형을 받을 수 있는데 계속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압박을 받았고, 중국 항공사는 강제로 비행기에 태우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받은 햄버거. 이주권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원회

A씨가 받은 햄버거. 이주권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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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하루 햄버거 2개를 불규칙한 시간에 받다가 최근에는 6000원 한도 내에서 공항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는 "A씨가 난민인정에 대한 심사를 받을 때까지만이라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비인간적인 출국 대기실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 밖 출국대기소 설치' 법안 국회 계류 중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들이 송환 전 임시로 머무는 출국 대기실은 환경이 열악한 데다 최근 장기체류자가 늘면서 인권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인권 단체는 이러한 공항 장기체류자를 '공항 난민'으로 규정하고 수년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2023년에는 인천국제공항 출국 대기실에서 1년 가까이 머물던 북아프리카 출신 남성이 결국 소송에서 패소해 다른 나라로 가서 난민 신청을 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항 밖에 출국대기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인천공항은 난민심사 불회부 소송 1심에서 승소한 외국인이 공항 밖에 위치한 난민지원센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조처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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