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방만한 예산지출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천만 원을 들여 워크숍을 진행하고도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은 물론 텀블러 등 기념품 구입에 1억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다.
26일 아시아경제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과 함께 요청해 받은 '국교위 예산지출 상세내역서'에 따르면, 국교위는 올 상반기에 총 3차례 워크숍을 열어 매회 수천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열린 1차 워크숍에선 3012만원, 4월 2차 워크숍에선 2240만원, 5월 3차 워크숍에서는 1650만원을 썼다.
상세내역 중 '대관료'가 눈에 띈다. 국교위는 1차 워크숍에서 1박2일 대관료로 250만원, 2차 워크숍에선 1일 대관료로 1047만원을 썼다. 산술적으로만 봤을 때 10배 차이다. 1, 2차 워크숍은 각각 인천 송도, 서울 강서구에서 열렸다. 비싼 대관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이곳 호텔서 회의를 진행한 이유로 공항 이용 등 이동을 고려한 장소 선정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1기 국교위원은 "장소, 위치 선정에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오히려 지방 위원들은 KTX를 이용했고, 회의가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됐기 때문에 '티켓 전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위원들이 다른 요일로 일정 변경을 요구했지만 이배용 전 위원장의 개인 일정 등의 이유로 금요일 늦은 오후마다 회의를 열어 위원들이 애를 먹었다"고 했다. 새 국교위에서는 이 회의를 매주 목요일에 여는 것으로 바꿨다.
뿐만 아니라 워크숍 때마다 국교위는 업체 용역비, 관리비로 500만~600만원 이상씩 지출했고, 자료집·홍보물 제작 등에는 320만~600만원을 썼다.
국교위의 방만한 운영은 계속됐다. 기관 홍보 물품과 기념품 제작에는 총 1억600여만원을 지출했다. 출범 초기였던 2023년만 해도 '기관 홍보 물품 혹은 기념품 제작' 명목으로 지출한 비용이 없었지만, 지난해 4월 국교위 기관 홍보 기념품 제작에 2750만원 지출을 시작으로 7월 786만원, 12월 3500만원, 990만원 등을 썼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지난 6월 국가교육위원회 성과공유회 기념품 제작 비용으로 258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큰 비용으로 무슨 기념품을 만들었을까. 강 의원실이 국교위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결과, 제작 기념품은 '텀블러'와 '부채'였다.
국교위는 지난해에 텀블러 제작에 2750만원(500개), 부채 제작에 800여만원(500개)을 쓴 이후 연말에는 텀블러 700개를 또 제작해 3500만원을 썼다. 올해 '국민참여위원회 성과 공유회 기념품' 명목으로는 무선충전기를 배포했는데 2580만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만하게 쓴 예산 지출 규모에 비해 성과물은 처참하다는 지적이다.
국교위는 지난 1차 워크숍서는 4쪽 분량의 결과 보고서를 냈다. 1박2일 3000만원을 쓰고 낸 성과물이다. 그나마 분량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적어졌다. 2차 워크숍에선 3쪽, 3차 워크숍에선 1쪽에 그쳤다.
이 중 대입·학생평가에 대한 분량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고등교육 관련 논의는 원론 수준의 내용으로 보고서가 채워졌다. '대학 서열화 및 사교육 문제 완화를 위해 구조 개편, 재정 지원, 지역 역할 강화, 대학 특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음' 등의 식이다. 국교위 출범 3년 차에 한 논의라고 하기에는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혈세만 쓰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 의원은 "대한민국 교육의 중장기적 비전과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실 있는 운영과 실효성 있는 성과를 통해 국교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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