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학교는 영국 기관 중 최초로 모든 학생과 교직원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접근 권한을 전면 제공하기로 했다. 옥스퍼드대 학생들은 오픈AI가 교육용으로 개발한 '챗GPT에듀(ChatGPTEdu)'를 사용하게 된다. 지난 3월 옥스퍼드대은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챗GPT에듀는 대학 전용 소프트웨어로 데이터를 대학이 보관할 수 있도록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챗GPT에듀를 사용하는 방법과 기타 생성형 AI 도구에 대한 다양한 교육도 받는다. 앤 트레페텐 옥스퍼드대 디지털 담당 부총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속적인 디지털전환(DX) 과정에서 흥미로운 단계"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호기심을 기반으로 한 연구와 혁신을 가속화하고, 주요 세계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학습, 강연 등은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요건이 됐다. 세계 주요 대학들이 너도나도 AI 활용에 나선 이유다.
1일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유네스코에 가입한 국가의 고등교육 기관 3분의 2가 AI 활용에 관한 지침이 있거나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유니트윈(UNITWIN·유네스코대학연합) 소속 고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90개국에서 400건의 응답을 수집한 결과다.
응답자의 90%는 전문적인 업무, 특히 연구 및 글쓰기 작업에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수업계획, 성적 평가 지원, 표절 탐지 등 교육 분야에서도 AI를 실험하고 있으며 행정 또는 전문성 개발을 목적으로 이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AI 연구 투자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0%가 AI 도구에 관한 기관 지출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3분의 2는 이러한 투자가 주로 연구에 집중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높은 사용률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신뢰도는 고르지 않은 편이었다. 절반 이상이 AI의 효과적인 교육, 연구 적용에 대해 불확실하거나 주저한다고 답했다. AI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윤리 및 환경적 우려, 접근성 부족, 학문적 제약, 철학적 저항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응답자 4명 중 1명은 이미 소속 대학에서 AI 관련 윤리적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과도한 AI 의존, 저자 분쟁, 연구 편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AI 대응 걸음마 단계 韓 대학= 한국 대학들도 AI 활용이 필요하다 점은 대부분 공감했다. 다만 연구나 수업에 직접적으로 도입하는 등 AI 활용 대응은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규모와 지역별 편차가 큰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전국 4년제 대학 총장(192개교 중 148개교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규모 대학의 94.9%가 AI 등을 활용한 교수·학습 방식, 운영 및 정책 평가, 학생 선발 등 혁신을 위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한다기보다는 관련된 수업을 개설하거나 학생 민원 처리를 위한 AI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AI 활용 현황은 AI 관련 수업 개설과 챗봇이 1위(48.0%)로 나타났다. 연구 및 데이터 분석, 개인 맞춤형 학습 및 교수법 개발, 학습 관리 시스템은 37.8%에 불과했다.
전혀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도 28개교(18.9%)를 차지했다. 대응이 미흡한 이유에 대해서는 '재정 및 투자 여력 부족(79.5%)'을 1순위로 꼽았다.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64.1%)'는 이유도 두 번째로 높았다. 대학 규모가 작을수록 AI 대응도 미비했다. 대규모 대학은 90% 이상이 '대응한다'고 답한 데 비해 중규모 대학은 77.1%, 소규모 대학은 57.4%만이 AI에 대응하고 있었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 대학(80.8%)과 광역시(85.2%)가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시도단위 대학은 63.8%에 그쳤다.
대학들은 대학별 편차를 줄이고 해외 대학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연구와 수업에서 AI 활용도를 높이고, 나아가 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혁신지원실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대학이 AI 활용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정부 들어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도 신설됐는데, 대학에서 인재를 키우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기업에서 일할 사람들도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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