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상향에 저축은행 예수금 양극화…상위 20곳, 넉달간 9.7%↑

한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건전성 하위' 20곳, 오히려 0.9% 줄어
4분기 만기도래 예금 31%…"연말 자금이동 확대될수도"

예금보호한도 상향 전후로 저축은행의 예수금 잔액이 늘어난 가운데, 저축은행 내에서도 건전성이 양호한 일부 기관에 자금 쏠림 현상이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기준 상위 20개 저축은행은 예수금이 넉 달 새 9.7% 증가한 반면, 하위 20곳은 오히려 0.9% 감소했다. 이 같은 저축은행 내 '머니무브'는 예금 만기도래가 집중된 연말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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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예수금 잔액은 예금보호한도 상향 입법예고일(5월16일)이 있었던 5월부터 증가 전환해 최근까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말(잠정치) 잔액은 4월 말과 비교해 4% 늘었다. 예금보호한도는 1월 법령 공포, 5월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 9월 1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랐다.


한은은 예금보호한도 입법예고 이후 시행일이 확정되면서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심리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5~6월 중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은 5.4% 늘었다. 5000만원 이하 예금이 0.4%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이로 인해 전체 예수금에서 5000만원 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4월 말 14.1%에서 6월 말 14.8%로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산건전성이 양호할수록 수신 증가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산건전성(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은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경우 8월 말 기준 예수금 잔액이 4월 말과 비교해 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전성 중위 저축은행은 1.7% 늘어나는 데 그쳤고, 하위 20곳은 오히려 0.9% 줄었다.


규모별로는 대형 저축은행이 3.9% 늘어난 반면, 중·소 저축은행은 각각 4.6%·4.3% 늘어 중·소형사의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저축은행이 3.9% 증가한 데 비해 지방 저축은행은 4.6% 늘어 더 큰 폭의 수신 증가율을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대형·수도권으로의 예금이동을 우려한 저축은행들이 업권 평균보다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증가세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향후에도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수신잔액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예금보호한도 상향 외에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고금리 수신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 축소 전 자금 유입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예금보호한도 상향으로 예금을 분산 예치할 필요가 줄어들면서 업권 내에서도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기관으로 예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모두 올해 4분기 만기 도래하는 예수금 비중이 커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자금이동 규모는 연말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시중은행 등 예금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저축성 예금의 경우 4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올해 1~8월 증가율(3.9%)이 전년 같은 기간(5.4%)을 하회했지만, 은행권의 선제적인 수신 확보 전략, 6·27 가계부채 규제 강화에 따른 자금수요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향후에도 당분간은 2금융권으로의 머니무브 등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금리 수준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의 일부 예금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한은 관계자는 "예금보호한도 확대로 인한 금융기관 간 자금이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나, 향후 수신 경쟁이 심화하면서 금리 차이가 커질 경우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과도한 수신금리 경쟁 등으로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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