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검찰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쟁점과 학문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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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절도·사기 등 일상과 맞닿은 범죄의 처벌 절차는 대체로 경찰 수사→검찰 송치→보완수사(필요시)→기소(재판 회부)→법원 판결의 순서를 따른다. 현대 헌법 질서에서 형벌은 오직 법원의 판결을 통해 확정되기에 '유죄 판결을 이끌 수 있는' 기소가 핵심이며, 기소는 곧 수사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 쟁점이 된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건에 대해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했을 때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지, 또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검사가 경찰 수사만으로는 기소가 어렵다고 보아 직접 수사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다. 결국 '유죄 판결을 이끌 수 있는 수사'의 주체에서 검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검찰권의 비대화를 억제하고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며 인권침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완수사권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경찰의 1차 수사권을 강화하는 방향, 그리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논의는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기소가 곧 법원의 유죄 판결을 가능케 하는 수사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중시한다. 특히 불송치 사건에서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통로를 생각하면 검사를 전면적으로 수사 주체에서 배제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사의 본질이 범죄 사실을 밝히는 것인 동시에 범죄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라면 검찰의 일정한 수사 참여를 제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문제를 더 깊이 살펴보면 헌법적 차원의 질문에 닿는다. 국가는 왜 범죄를 끝까지 수사해야 하는가. 사회계약론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자유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선언하고, 제27조 제5항과 제30조에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과 범죄피해자 보호 의무를 명시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1989년 결정에서 "국가는 범죄 발생을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해 범인을 수사해 형벌권을 행사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009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공소 제한 조항을 위헌으로 본 결정도 국가의 형벌권 행사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핵심임을 확인한 사례다.


경제 성장의 동력 또한 "내 권리가 국가에 의해 지켜진다"는 믿음 위에서 가능했다. 그러나 검찰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될 경우 이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 한국피해자학회가 주최한 2025년 9월 검찰개혁 세미나에서 한 성폭행 피해자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 후 검사가 신속히 출국금지와 구속을 집행해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모든 논거를 종합하면 검찰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개편은 정치적 이해가 아니라 국민 기본권 보장의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 검찰권의 비대화를 막기 위한 합리적 조정은 필요하지만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것은 국민이 범죄라는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방패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극단적 유지나 완전 폐지가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을 함께 담보할 수 있는 세심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검찰 보완수사권은 국가의 형벌권과 국민 기본권 보장의 접점에 서 있다. 앞으로의 수사구조 논의는 정치 논리보다 학문적·헌법적 분석과 국민 보호라는 실질적 기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보통 시민이 범죄 걱정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사권 조정의 마지막 설계 단계에서 이 균형이 반드시 고려되길 바란다.


정상수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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