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후지산 정상 정복…기네스북 오른 할아버지 [일본人사이드]

등산 경력 '88년'…아쿠자와 코키치씨
올해 1월 낙상·대상포진 겪었지만
딸·사위와 함께 2박3일 등산 성공

등산 좋아하시나요? 저는 등산보다 등산이 끝나고 이어지는 막걸리와 파전을 더 좋아하는데요. 이번 주 일본 영문 주간지 아사히 위클리는 102세에 후지산 정상에 오른 아쿠자와 코키치씨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등정은 지난 8월에 성공했는데 보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네요. 이번 주는 102세 고령에도 딸들과 함께 후지산 정상을 오른 아쿠자와씨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


아쿠자와씨는 20대 때부터 산을 탔다고 해요. 본인이 산에 매료된 지가 벌써 88년이 됐다고 하네요. 산 정상에 도달하는 것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산을 타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래 아쿠자와씨는 엔진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퇴직 후에는 가축 인공수정사로 85세까지 일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본인은 산에서만큼은 공부든, 가진 것이든 기준 없이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정상만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산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그래서 정말 간단했다고 해요. 지금도 군마현 산악회의 명예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거의 매주 산에 오른다고 합니다. 혼자 오르는 것은 무리가 있어 사람들과 함께 등반한다고 해요.

아쿠자와씨가 딸과 사위, 산악회 사람들과 후지산 등반에 나서고 있다. 기네스월드레코드.

아쿠자와씨가 딸과 사위, 산악회 사람들과 후지산 등반에 나서고 있다. 기네스월드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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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상관없이 산도 가리지 않는데요, 그는 이미 6년 전 96세에 후지산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때도 최고령 등반 기록이었습니다. 이후에도 기록을 내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2022년 99세 본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해발 1272m짜리 산에 오르기도 했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에도 최고령 후지산 등정을 목표로 세웠다고 합니다. 이 나이가 되면 어떤 산을 올라도 힘드니 올라갈 수 있을때 올라가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올해 1월 다른 산을 오르던 중에 아쿠자와씨는 넘어져 다치게 됩니다. 영향이 컸는지 이후에는 대상포진에 걸리고 심부전까지 겪는 등 컨디션이 완전히 무너지게 됐습니다. 후지산에 오를 수 있는 체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죠. 등산 3개월 전부터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1시간씩 걷고 낮은 산들을 올랐다고 합니다. 여기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다른 산을 오르면서 준비를 했다고 해요.


그리고 지난 8월 3일 아쿠자와씨는 70세가 된 딸과 사위, 그리고 현지 등산 클럽의 지인들과 함께 마침내 후지산 등반에 나섭니다. 해발 3776m,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 말이죠. 중간중간 산장에서 잠을 자며 2박 3일 동안 등반하는 여정이었는데요. 해발 3000m가 넘는 산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고, 기압이나 산소 농도 차이도 느껴지기 때문에 등반이 더 어렵다고 해요. 아쿠자와씨는 이튿날까지는 순조롭게 등반을 했는데, 마지막 3일 차부터는 한계를 느꼈다고 합니다. 9부 능선에서는 "그만 돌아갈까"라는 말까지 아쿠자와씨의 입에서 나왔다고 해요. 동료들은 올해 1월 부상으로 몸이 좋지 않았던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해보자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쿠자와씨가 기네스 인증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네스월드레코드.

아쿠자와씨가 기네스 인증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네스월드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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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70대 딸이 "한 걸음씩이라도 정상을 향해서 올라가면 된다"며 아버지를 채찍질했다고 해요. 이 덕분에 8월 5일 오전 11시, 그는 후지산 정상에 도달하고 기네스 세계기록 공식 인증서를 받게 됐습니다. 체력은 이미 다 떨어졌고 옆에서 끌어준 덕분에 올라갔다고 하는데요.


완주가 끝나고 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해요. 요즘은 후지산의 절반 높이 해발 1800m 정도의 산이 본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이라고 합니다. 등산에 매진하는 대신 요즘은 오전에는 요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등산과 그림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편안함을 주는 것이 굉장히 닮아있다고 해요. 아사히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는 "산에 오르는 사람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그 길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잘한다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이제 목표는 후지산 정상에서 바라봤던 풍경을 그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운동할 때 '마지막 한 개'가 정말 중요하다고 하죠. 정말 고통스럽지만 이를 악물고 해낼 때 비로소 나의 능력이 한 단계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102세의 저는 그때도 마지막 한 걸음을 짜내면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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